7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정부 폐쇄) 사태가 일주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의회가 '미니딜'로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셧다운 장기화와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막기 위해 단기적으로 정부부채 상한을 올리되 복지ㆍ세제 등 새해 예산을 소폭 손질하는 방식으로 타협하자는 기류가 희미하게나마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브레인인 진 스펄링 백악관 국가경제회의(NEC) 의장은 이날 한 토론회에 참석해 "경제안정과 일자리를 위해서는 부채한도 상한조정 기간이 길수록 좋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의회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오바마 대통령이 "부채한도 증액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며 강경 입장을 고수해온 점을 감안하면 백악관이 공화당과 타협의 여지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부채한도 상한조정 기간이 1년은 돼야 한다고 보지만 단기 증액안도 수용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핵심 쟁점인 건강보험개혁법안, 이른바 오바마케어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다며 한걸음 뒤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워싱턴DC 연방재난관리청(FEMA)을 방문해 "의회가 부채상한을 증액하고 예산안을 통과시킨다면 즉시 모든 현안에 대해 공화당과 적극 협상할 수 있다"며 "건강보험, 에너지 정책, 장기 재정정책 등에 대해 기꺼이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셧다운 책임론이 커지면서 공화당 내에서도 타협안을 마련하자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와 ABC뉴스가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 결과 '공화당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률이 70%에 달했다. 반면 민주당과 오바마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는 응답률은 각각 61%, 51%였다.
이 때문에 공화당 일각에서는 부채한도를 최소 6주에서 6개월 정도 연장해 국가 디폴트 사태만은 피하자는 방안을 중재안으로 거론하고 있다. 공화당의 롭 포트먼(오하이오) 상원의원은 정부지출 일부 삭감, 세제개혁 등을 조건으로 정부지출을 1년간 현재 수준에서 유지하는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부채한도도 일부 증액하자는 절충안을 제시해 민주ㆍ공화 양당 일각의 지지를 받고 있다. 로이터는 이날 "의회의 교착상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희미한 희망의 빛이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정부부채 단기 증액안을 중심으로 협상 기미가 보이는 가운데 미 상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내년 중간선거 이후까지 부채한도를 증액하는 자체 법안을 이번주 중 표결에 부칠 계획이어서 교착정국에 또 다른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공화당 내에서도 극우세력인 티파티의 행태에 염증을 느끼는 온건 보수세력이 상당수인 만큼 이 법안은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에서도 처리될 것으로 민주당은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의회와 백악관이 새해 예산안이나 정부부채 상향조정에 대해 구체적인 합의점을 도출하려면 아직도 첩첩산중이라는 분석이 대다수다. 일단 오바마케어를 둘러싼 시각차가 워낙 크다. 오바마 대통령은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킨 뒤 오바마케어의 일부 조항을 소폭 손질하자"는 입장인 반면 공화당은 "오바마케어 1년 연기 등 대폭 양보 없이는 정부부채한도를 올려주지 않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또 현재의 의회 기류를 감안하면 양당이 메디케어 등 사회보장 프로그램 축소, 세제개혁 등을 맞바꾸며 큰 폭의 타협을 이루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티파티는 공화당 지도부의 통제권을 벗어난 채 이번 기회에 디폴트를 불사하고 오바마케어를 아예 무산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결국 정치권의 치킨게임이 당분간 이어지면서 정부보유 현금이 바닥나고 디폴트 위기가 눈앞에 닥치는 17일 직전에나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 또 타협안을 마련하더라도 정부부채 상향조정, 장기 재정지출, 복지ㆍ세제개혁 등을 아우르는 그랜드바겐(대타협) 수준에는 한참 모자랄 것으로 전망된다. 부채한도 증액의 폭과 기간을 소폭 늘리는 미봉책에 그치면서 위기만 뒤로 미룰 것이라는 뜻이다. 과거 미 정치권은 부채한도 증액을 둘러싸고 11차례나 대립과 타협을 거듭하면서 끊임없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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