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전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는 오래도록 동서양을 불문하고 폭넓게 사랑 받은 작품이다. 방대한 스케일에 다양한 영웅호걸들이 천하를 호령하는 이야기는 삶의 지혜와 인생에 대한 큰 깨달음을 얻게 한다. 그렇기에 누구나 한번쯤 꼭 읽어보고 싶어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전집 10권이 넘는 분량에다 1,300여명이 넘는 인물이 등장하고 워낙 많은 전투와 에피소드가 나오는 탓에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중국 땅처럼 광활한 이야기의 숲에서 길을 잃기 쉬운데다 한번 읽어서는 그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워 번번히 중간에 포기하기 마련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장면이라고 해봐야 영화와 드라마에서 자주 소개됐던 '적벽대전' '관도대전' 등 대표적인 전쟁에 한정된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중국 문학의 정수인 삼국지를 읽지 않고 포기하는 것은 성급한 일인 듯 싶다.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지도가 있다면 책 읽기는 훨씬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삼국지' 최고 전문가로 통하는 저자 선?쥔(沈伯俊)의 '삼국지사전'은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10년 전 국내 출간된 이래 많은 독자에게 사랑 받은 '삼국지사전'이 오랜만에 개정증보판으로 독자들에게 돌아왔다. 이 책의 특징은 삼국지 마니아들에게 갈채를 받을 만큼 충실하다. 우선 1,300여명에 이르는 등장인물과 3,488개의 표제어(標題語)와 각 표제어에 따른 상세한 설명이 가나다 순으로 수록됐다. 삼국지를 읽는 도중이나, 삼국지와 관련된 고사 등이 궁금할 때 이 사전을 통해 원하는 부분을 곧바로 찾을 수 있게 구성한 것이다. 여기에 정사(正史) 삼국지와 소설 삼국지를 비교해 실제 역사서에 기록된 내용이 소설 삼국지에는 어떻게 기록됐는지 확인할 수 있게 한 점도 독자의 흥미를 자극한다. 역사 소설은 시대적 배경과 연대 등이 복잡해 중간에 흥미를 잃고 책을 놓는 경우가 흔하다. 그렇기에 삼국지사전은 삼국지의 배경이 됐던 동한 말 삼국시대의 역사 연표와 당시의 전투 상황 지도 등을 부록으로 첨부, 삼국지 이해를 돕는다. 끝으로 이 책은 단순한 사전을 넘어 역사유적 답사기 성격을 지니고 있다. 현존하는 삼국지와 관련된 유적지에 대한 개괄적 설명이 포함돼 있다. 삼국지 관련 유적을 답사하고자 하는 이들은 기초 자료로 삼아 큰 도움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 신뿌어쥔은 "중국 지혜의 결정판인 '삼국지'는 인생의 계시록이 되기도 하며 현대인에게 영도기술ㆍ군사책략ㆍ경영관리ㆍ인사관리 등에서 풍부한 본보기를 제공한다"며 "이번 개정판이 중국인이나 외국인을 막론하고 중국 고전문학을 배우고 중국 전통문화를 연구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4만2,0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