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와 기업이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해가면서 해외로 나가는 직접투자가 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국내투자 감소나 일자리 축소 같은 부작용이 상당히 크지만 불가항력적이며 순기능도 적지 않다. 해외 신시장 개척으로 새로운 판로를 확보하고 고급인력과 선진기술 등을 흡수할 수 있다. 해외투자를 통한 기업경쟁력 강화는 결국 국내 경제성장 촉진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특히 해외자원 개발을 위한 투자 같은 것은 국가의 생존이 달린 문제이다.
문제는 국내에 유입되는 FDI가 정체돼 있는 것이다. 정부당국에 제시한 신고 기준이 아니고 실제로 국내에 들어온 도착 기준으로 본다면 오히려 감소 추세다. 표면적인 조건만 보면 외국인투자 유치여건은 과거에 비해 나쁠 것이 없다. 투자의 블랙홀인 중국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한 데 반해 우리나라는 미국ㆍ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입지가 좋아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국내 유입 FDI가 게걸음을 치며 국외와 국내 유출입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으니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 해외유출이 늘어나는 가운데 국내유입이 부진하면 결국 국내 산업기반 자체가 무너진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외국자본이 들어온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 정부와 지자체들은 자성해야 한다. 요즘 각국의 경쟁적 법인세 인하나 규제철폐 조치들을 잘 보라. 경직된 노동시장 같은 족쇄를 풀어주는 것만 해도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기 위한 국내 기업을 줄이고 외국인투자를 불러들이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포퓰리즘적 반기업 정서를 부추겨 국내 기업마저 해외로 쫓아낼 판이니 외국자본 유치는 그야말로 언감생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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