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비리의 핵심은 대주주다. 대주주가 저축은행을 사금고화하다 보니 각종 비리와 불법ㆍ탈법이 횡행했다.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횡령ㆍ배임 사례가 대표적이다. 미래저축은행에는 경찰 고위간부, 부장검사, 예금보험공사 간부 출신 사외이사가 있었지만 김 회장에게는 무법천지였다. 솔로몬저축은행과 한국저축은행도 마찬가지다. 영업정지될 정도로 부실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금감원ㆍ감사원ㆍ예보ㆍ법원 출신 감사ㆍ사외이사가 여럿 있었지만 구경꾼에 불과했다. 몇몇 사외이사들은 영업정지 낌새를 채고 예금을 사전 인출한 정황이 파악돼 당국이 조사 중이라는 얘기까지 들린다.
저축은행에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 제도가 도입된 때는 지난 2001년이다. 상호신용금고 명칭을 상호저축은행으로 변경하면서 함께 도입됐다. 은행이란 명칭을 사용하도록 격상시켰으니 대주주에 대한 견제가 강화돼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사외이사들은 통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실제 저축은행 사업보고서를 보면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들의 반대의견 표시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수없이 지적돼온 것처럼 그야말로 거수기인 것이다.
사외이사를 비롯한 내부감시 제도의 획기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권력기관 출신으로 구성돼 대주주의 보호막 역할이나 해서는 안 된다. 애초 취지대로 대주주의 전횡과 불법ㆍ부당한 행위를 막는 역할로 돌아가야 한다. 선임제도부터 바꾸고 책임도 무겁게 해야 한다. 대주주의 횡령ㆍ배임 같은 중대한 범법행위가 적발될 경우 감사는 물론 사외이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책임을 강화하면 누구도 함부로 사외이사를 맡을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사외이사 선임을 대주주가 아니라 독립적인 조직에서 담당하는 방안도 있다. 사외이사 본인들의 인식전환은 필수적이다. 다 그렇고 그런 거 아니냐는 식의 안이한 생각이 한 기업의 운명과 평생 쌓아온 자신의 명예를 구긴다는 각성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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