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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상처로 남은 몸의 기억, 치유보다 극복이 먼저

■섹슈얼 트라우마(정국 지음, 블루닷 펴냄)<br>전 세계 여아 25% 성폭력 경험<br>공황장애·편집증 등으로 이어져<br>피해 어린이 세심한 관찰 등 강조


최근 전남 나주에서 초등학교 여학생이 이웃 주민에게 이불째로 납치돼 성폭행 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잇따르는 성범죄의 심각성에 온 국민이 경악하고 있다. 아동에 대한 성폭력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특별법 제정이나 화학적 거세와 같은 형사적 처벌 강화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아동 성폭행 희생자들에 대한 문제는 빠져있다. 평생을 머릿속 기억 만이 아닌 몸의 일부로 고통을 기억해야 하는 피해 아동들, 사랑하는 내 아이를 지켜내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하루 하루를 고통으로 보낼 수 밖에 없는 피해 가족들에게 그나마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도 불과 몇 년 밖에 되지 않았다.

책은 바로 일생을'섹슈얼 트라우마(성적 트라우마)'라는 씻을 수 없는 굴레를 떠 안고 살아가는 희생자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소치로 추정하더라도 전 세계 여자 아동의 25%, 남자 아동의 10% 가량이 성인기 이전에 성폭력이나 성 충격을 경험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아동 성 학대 피해자들은 뿌리깊은 수치심과 죄책감 속에 혼란스런 나날을 살아간다. 공황 장애, 우울증, 자살 충동, 편집증, 약물과 알코올 중독, 식이장애와 자해를 비롯한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하며 바지를 입은 채 소변을 보거나, 성기를 꺼내 장난을 치는 등 유아기로 퇴행하는 양상도 나타난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당사자뿐 아니라 주변의 모든 이들에게 그 영향이 간접적으로 전가된다는 점이다.

아동 성폭력으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가 이처럼 심각한데도 우리 사회는 아직 신뢰할 만한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아동 성 학대 희생자들에 대한 섬세하고 실증적인 치유 매뉴얼과 사회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이에 정신과전문의로 미국에서 30년 넘게 성폭력 피해자를 상담해온 저자가 그간의 풍부한 임상경험과 연구결과를 바탕으로'섹슈얼 트라우마'에 대한 정체와 그 극복을 위한 제언을 건넨다. 저자는 "'섹슈얼 트라우마는 과연 질병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이는 인류의 시작과 더불어 존재해 온 인간사의 문제이고 치유에 앞서'극복의 대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어 엘리자베스 1세, 나폴레옹, 오프라 윈프리 등 성적 트라우마를 경험했음에도 위대한 인물로 거듭난 일화를 소개하며 치유와 극복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피해자 가족의 역할도 강조한다. 자신의 자녀가 성적 트라우마의 피해자일지 모른다는 생각은 부모로서는 물론 견디기 힘든 시련이다. 특히 자녀들이 그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대다수이기에 자녀에 대한 세심한 관찰 등 부모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저자는 불안증세를 보이며 무단 결석하거나 잦은 악몽에 시달리는 경우, 분노 발작을 일으키는 경우, 자해행위를 하는 경우, 갑작스런 수면장애나 야뇨증 등 성적 트라우마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는 증상을 소개한다. 또 이 같은 행동이 발견되면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한지 그 방법도 설명한다. 아동을 포함한 모든 성 폭력 문제와 관련해 아직 초보적 인식에 머물러 있는 우리 사회다. '섹슈얼 트라우마'에 대한 종합 보고서 격인 이 책은 그간 쉬쉬해온 가장 불편한 진실에 대해 가장 잘 마주할 수 있기 해 주며, 성폭력과 그 트라우마에 대해 대중적 인식을 제고 시키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2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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