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조합은 해운사 안전관리 기관이라는 서류상의 명칭일 뿐 속내용은 한 마디로 비리 종합세트였다. 2012년 국토해양부 감사 자료에 따르면 해운조합 직원들이 2010년 9월부터 16개월 동안 전국 17개 연안여객터미널의 주차비 2,557만원을 횡령했을 뿐 아니라 2008~2009년에는 연안여객터미널 시설 관리를 대행하면서 정부로부터 받은 돈 2,760만원조차 송년회 비용과 자녀 학자금 등으로 전용했다. 2011년에는 정부로부터 받은 운항관리 보조금 10억원을 지정계좌에서 빼내 쌈짓돈처럼 마구 썼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문제투성이인 해운조합임에도 처벌은커녕 2012년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청렴도 우수' 기관에 뽑히기까지 했다. 기가 찰 노릇이다. 비리가 독버섯처럼 퍼지는데도 외부에서 깜깜히 몰랐던 것은 조합에 영입된 정부 출신 낙하산 인사들이 든든한 방패막이 노릇을 했기 때문이다. 조합의 경영본부장은 해양수산부 출신, 안전본부장은 해경 출신이다 보니 어지간한 내부 부패는 대충 넘어가면서 비리가 또 다른 비리를 낳는 악순환의 구조가 뿌리를 내린 것이다.
해운조합이 본연의 업무인 안전관리보다 '보험장사'에 혈안이 됐던 것도 큰 문제다. 해양수산부와 보험업계 등에 의하면 해운조합은 2,100여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선체·여객·선원 등 각종 공제사업을 벌여왔는데 지금은 해상보험시장 점유율이 15% 수준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했다고 한다. 염불보다 잿밥에 신경을 쓰고 있으니 본연의 임무인 해운사 안전관리 지도 업무가 눈에 들어올 리 없었을 것이다.
해운조합은 소속 운항관리자를 통해 선장이 출항 전에 구명·소화설비를 제대로 갖췄는지, 여객 정원을 초과하지 않는지, 과적하지 않았는지 등을 확인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세월호 출항에 앞서 조합이 승선 인원 수나 화물 과적 여부를 꼼꼼히 살펴본 흔적은 찾기 어렵다. 해운조합만이라도 제 기능을 했더라면 세월호 참사 예방에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해운조합과 정부·해운업계의 '삼각 부패 고리'를 끝까지 파헤쳐 새로운 해운조합으로 재탄생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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