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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5월 30일] 삼성에 대한 평가는 지금부터

“이번 대법원 판결로 옛 삼성이 시대의 비전과 화두를 제시하던 그 모습을 찾았으면 한다.” 대법원이 10년간 끌어온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사건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리자 경제단체의 한 임원은 이 같이 말했다. 이 임원은 특검 이후 재계를 대표하는 삼성이 공격보다 수비에 치중하면서 재계의 구심점이 사라졌다며 삼성이 역할을 되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이 한국경제의 성장과정에서 비전과 시대적 화두를 던지며 재계를 이끌어 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해 시작된 특검과 그에 따른 도덕적 이미지 추락은 삼성을 잔뜩 움츠러들게 했다. 몸을 웅크린 삼성에 대한 아쉬움은 내부에서도 나온다. 삼성그룹 직원들이 힘들어 하는 것은 인건비 감축 등 비상경영 시스템보다 비전 부족에 대한 아쉬움이다. 누군가 비전을 제시하면 그에 맞춰 전력 질주하며 달려왔는데 요즘 들어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삼성직원을 더욱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비전이 틀려도 좋다. 목표가 나오고 그를 향해 정신없이 달려 봤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들린다. 물론 삼성그룹을 둘러싼 법원재판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에버랜드 CB와 별개로 삼성SDS 신주인수권부 사채(BW) 헐값 발행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하지만 삼성은 이번 대법원 판결로 큰 벽 하나를 넘었다. 에버랜드 CB 저가발행이 무죄로 확정됨에 따라 경영권 승계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된 것이다. 큰 굴레에서 벗어나 삼성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이제는 삼성이 기업 본연의 모습을 되찾을 때다. 사실 삼성의 경영권을 누가 잡는지는 관심사가 아니다. 시간의 문제이고 절차의 문제였을 뿐이다. 국민은 삼성이 어떤 사업을 벌이고 얼마나 많은 인력을 채용하고 얼마나 경제에 기여하느냐에 더 관심이 크다. 얼마 전 이건희 전 회장의 ‘레이싱’이 노출됐을 때 네티즌들이 압도적으로 관대한 입장을 보였던 것은 삼성을 개인 기업이 아닌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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