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지명자는 내달로 예정된 상원 전체회의 투표에서 과반 찬성을 얻으면 내년 1월 31일 임기가 끝나는 벤 버냉키 의장의 뒤를 이어 미국 중앙은행을 이끄는 첫 여성 수장이 된다.
미국 상원 은행·주거·도시위원회는 21일(현지시간) 오전 옐런 지명자에 대한 인준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4표, 반대 8표로 가결처리했다.
은행위는 전체 22석 가운데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12석으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인준 보류(hold)’ 등의 조치가 없는 한 옐런 지명자가 무난하게 관문을 통과할 것으로 점쳐졌었다.
민주당 소속 11명과 공화당 소속 마크 커크(일리노이), 밥 코커(테네시), 톰 코빈(오클라호마) 상원의원 등 3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민주당 상원의원으로는 조 맨신(웨스트버지니아) 의원이 유일하게 반대표를 행사했다.
팀 존슨(민주·사우스다코타) 상원 은행위원장은 “지난주 청문회에서 봤듯이 옐런 지명자는 미국 경제가 직면한 도전과 완전 고용을 위한 연준의 책무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옐런 의장 인준에 반대한 의원들은 옐런 지명자 등 연준 내 ‘비둘기파’가 주도하는 양적완화(QE) 등의 경기 부양책이 시중 유동성을 과도하게 늘림으로써 인플레이션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옐런 지명자에 대한 상원 전체회의 인준 투표는 12월 둘째 주에 열릴 예정이다.
상원은 전체 100석 중 민주당이 55석으로, 절차표결을 통과하려면 60표의 찬성이 필요하다.
공화당 소속으로 이날 찬성표를 던진 3명을 포함해 수전 콜린스(메인),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오린 해치(유타) 의원 등 모두 6명이 옐런 지명자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상태다.
코커 의원은 “옐런 지명자가 결국 인준에 필요한 충분한 표를 확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번 의원도 “많은 부분에서 옐런 지명자의 정책 철학에 반대하지만 중앙은행을 이끌 자격은 갖췄다”고 평가했다.
반면 맨신 의원은 민주당 소속으로는 나 홀로 옐런 지명자 인준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공화당 마이크 조핸스(네브래스카), 랜드 폴(켄터키), 리처드 셸비(앨라배마), 팻 투미(펜실베이니아), 존 매케인(애리조나) 의원 등도 명시적으로 옐런 지명자가 연준을 이끄는 것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같은 당 소속의 켈리 에이요트(뉴햄프셔), 리사 머코스키(알래스카) 상원의원은 아직 찬반 의사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9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차기 연준 의장에 낙점된 옐런 지명자는 현 연준 부의장으로, 의회 인준 절차가 마무리되면 내년 1월 31일 임기가 끝나는 버냉키 의장의 뒤를 이어 4년간 직무를 맡게 된다.
연준 사상 첫 여성 의장이고 1979년 취임한 폴 볼커 전 의장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원 의장이 되며 부의장이 의장으로 ‘승진’하는 첫 사례로도 기록된다.
미국의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연준 의장직은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는 옐런 지명자가 2010년부터 버냉키 의장과 함께 양적완화 시행을 주도해왔기 때문에 연준의 현행 금융·통화 정책기조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옐런 지명자는 이에 부응하듯 지난 14일 열린 인준 청문회에서 양적완화 조치 등을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매우 강력한 경기 회복을 추진하기 위해 연준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맡은 책무”라며 “정책금리가 제로(0)인 상태에서 통화 정책의 가용 수단이 제한적인데다 경기 회복세가 취약한 상태라서 부양책을 중단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옐런 지명자의 남편은 ‘정보 비대칭 이론’의 창시자로 불리는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 애커로프 교수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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