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JEEP)'라는 이름을 들으면 모래 바람을 내뿜으며 험로를 달리는 네모난 차량이 떠오른다. 지프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에서 만들어진 군용차에서 시작됐다. 이 때문에 '지프=남성=거침' 등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지프'의 로고만 봐도 설렘을 갖는 남성들도 있다.
그랜드 체로키는 지프의 가장 큰 모델이다. 4륜 구동과 비포장 도로 주행용이라는 지프의 유산을 물려받았지만 잘 닦인 도로에서 달리는 데도 적합하게 만든 도심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지난 해 말 출시된 2014년형 그랜드 체로키를 타고 서울 여의도 전경련 타워에서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 캠핑장까지 왕복 102㎞를 주행해봤다.
지프에 대한 첫 느낌은 '정말 크다'는 것이다. 다른 차량에서는 볼 수 없는 길이와 넓이를 자랑한다. 그랜드 체로키는 우리나라 주차 공간을 꽉 채운다. 커다란 바퀴와 높은 차체도 역시 지프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반면 디자인은 지프라고 하기에는 SUV 쪽에 더 가깝다.
차에 올라 가속 페달(액셀러레이터)을 밟아봤다. 차 무게가 2,400kg에 달하기 때문일까. 페달을 밟자마자 들여오는 엔진 소리와 달리 차체의 반응은 조금 늦다. 차가 많은 도심에서의 주행감은 다른 도심형 SUV들보다 둔하다. 다른 지프들과 달리 도심형 SUV에 가깝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지프는 지프인 셈이다. 걸핏하면 막히고 차선 폭이 좁은 도로에서는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답답해 하는 근육질의 청년이라는 느낌이다.
도심을 빠져 나와 달려봤다. 순간적으로 내는 힘을 뜻하는 최대토크가 56.0kg·m에 달한다. 최대출력도 241마력이다. 육중한 함선이 나아가는 듯하다. 시속 140km까지도 속도를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안정적인 주행감을 보여준다.
회전성능도 좋다. 그랜드 체로키의 코너링은 웬만한 SUV보다 월등하다. 특히 4가지 노면(모래·진흙·결빙·바위) 상황에 따라 주행모드를 바꿀 수 있는 점은 매력적이다. 우리나라 사정상 실제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확인할 기회를 갖지 못해 아쉬웠다. 공인 연비도 준수한 편이다. 차의 무게와 힘을 감안하면 11.7km/ℓ라는 연비는 눈길을 끌만했다.
가격은 부담이다. 대당 6,890~7,790만원에 달한다. 지프치고는 세련되고 최신 장비도 갖췄지만 큰 차제 등을 감안하면 지프 마니아라면 모를까, 출퇴근용으로 사용하는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차라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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