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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부패 호랑이 사냥을 끝마쳤다. 다음 사냥감이 누가 될지 주목되는 가운데 부패척결의 칼날이 매서워진 시 주석으로의 권력집중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지난 5일 정치국회의를 열어 비리 혐의를 조사해온 저우융캉(72·사진)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의 당적을 박탈, 이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 저우융캉의 오른팔인 리춘청 전 쓰촨성 부서기가 체포된 지 정확하게 2년 만이다.
중국의 사정·감찰기관인 중앙기율검사위는 저우융캉에게 뇌물수수·직권남용·기밀유출·간통 등의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와 함께 시 주석에 대한 쿠데타 모의설과 연관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홍콩 매체들은 저우융캉의 혐의가 법원에서 인정될 경우 최고 사형까지도 받을 수 있다고 전하고 있다.
저우융캉은 1,000억위안(약 16조5,000억원)의 뇌물수수, 중국 CCTV 아나운서 출신인 현 부인과 결혼하기 위한 전 부인 살해 혐의, 여기에 기밀유출 등 정치적인 반당·반국가 혐의까지 받고 있다. 중화권 매체들은 "1949년 건국 이후 정치국 상무위원급 이상의 인사가 개인비리로 처벌된 적이 없는 만큼 최악의 정치 스캔들"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그가 실제 사형에 처해질 가능성은 낮다고 중화권 매체들은 보고 있다. 상징적 처벌로도 충분하다는 게 당내 원로들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무기징역이 선고된다고 해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석방될 수 있다. 하지만 정치생명은 끝이다. 쓰촨방·석유방으로 경제적 이익집단으로 성장했던 그의 세력들도 시 주석의 부패척결 칼날에 모두 쓰러졌다.
이번 저우융캉의 체포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이 '조사 과정에서 다른 범죄 혐의가 드러났다'는 점이다. 부패 외에 다른 혐의도 있다는 것이다. 당국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과거 보시라이와의 '정변 기도설'을 언급하며 시 주석이 권력에 대한 도전과 균열에 대해 묵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인 것으로 평가했다.
중국 내에서는 저우융캉의 몰락이 부패척결의 끝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중화권 매체 일각에서는 저우융캉의 후견인 역할을 해왔던 장쩌민 전 국가주석과 쩡칭훙 전 국가부주석, 자칭린 전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원자바오 전 총리 등이 다음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물론 중국의 현 지도부가 전직 최고 지도자에게까지 칼을 겨눌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대세지만 시 주석이 '성역'을 침범한 만큼 또 다른 지도자급 인물이 수사망에 걸려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후진타오의 비서실장 출신이 링지화 통일전선공작부장이 부패 사냥의 다음 사냥감이 아니냐는 보도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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