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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유치원 씁쓸한 선물 공세

학부모 "선생님 우리 아이 한 번이라도 더 보살펴 주세요"<br>상품권에 화장품·명품백까지<br>인터넷선 조언 커뮤니티 활성화<br>어린이집은 처벌 규정도 없어


4세 된 아이를 키우는 정고운(32ㆍ가명)씨는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고 있다. 정씨는 최근 들어 아이가 어린이집을 갔다 오면 자주 아프고 의기소침해 가슴이 아팠다. 이런 와중에 같은 어린이집 학부모가 선생님에게 10만원짜리 상품권을 선물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학부모는 다른 엄마들도 이 정도는 으레 한다고 귀띔했다.

며칠 고민 끝에 화장품을 사서 선생님에게 선물한 정씨는 "선물했다고 크게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 어느 정도 마음이 편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근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아이를 맡기는 부모들이 선생님에게 선물을 주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엄마와 함께 생활했던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면서 혹시 아이들이 공동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할까 봐 자신의 아이를 잘 봐달라는 뜻으로 선물을 주는 것이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같이 운영하는 보육기관에서 일하는 K(27)씨는 "간식거리나 상품권을 선물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원피스나 화장품 세트, 심지어는 100만원이 넘는 명품백까지 주는 경우도 있다"며 "비싼 선물이 부담스러워 돌려보냈더니 집에 택배로 다시 보내온 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인터넷에는 어린이집ㆍ유치원에 선물을 주는 노하우나 어떤 선물이 좋은지 등에 대해 조언을 해주는 커뮤니티도 활성화돼 있다.

학부모 심모(36)씨는 "요즘 어린이집ㆍ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많은데 어린아이는 선생님의 눈길ㆍ손길이 특히 많이 가야 한다"며 "선생님이 우리 아이를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안아줬으면 하는 마음에 선물을 하게 되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문제는 부모의 선물이 아이들의 교육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유치원 교사를 하는 김모(30)씨는 "안 그러려고 해도 선물을 준 학부모의 아이에게 조금 더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어떤 학부모는 선물을 준 이후로 교육 커리큘럼을 바꾸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선물ㆍ촌지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다. 각 시도 교육청은 다양한 촌지 근절 운동을 펴고 있지만 이는 초등학교 이상 의무교육과정에 국한돼 있다.

특히 어린이집은 비싼 선물이나 금품을 주고 받아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전무하다. 초ㆍ중ㆍ고교와 국공립유치원의 경우는 초중등교육법 제33조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 64조, 공무원 행동강령 등에 처벌 근거가 마련돼 있다.

한숭의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유아의 경우 선생님이 아이에게 끼치는 영향력이 특히 큰 만큼 무분별한 선물 공세로부터 아이를 지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이제는 유아교육도 공교육의 틀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점을 감안해 교사의 책무나 제도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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