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16일 '정윤회 문건'을 비롯한 청와대 문건의 유출 경로 전반에 관한 윤곽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회 문건의 진위와 청와대 문건유출 경로 규명이라는 두 갈래로 진행된 이번 수사에서 유출경로 부분은 상대적으로 수사 진행이 더뎠다. 보도 당사자인 세계일보 기자가 문건 제공 경로를 함구하는데다 핵심 피의자인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소속 최모 경위가 13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은 관련자 진술과 각종 물증을 토대로 '유출된 청와대 문건 모두가 문건을 작성한 박관천 경정이 반출한 것을 최·한 경위가 언론사 등에 유출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박 경정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파견 시절 작성한 문건들을 2월 경찰에 복귀하면서 모두 서울경찰청 정보분실로 가지고 왔다. 여기에는 정윤회씨와 '십상시'로 불리는 청와대 비서진이 비밀회동을 열어 김기춘 비서실장의 교체 등을 논의했다는 이른바 '정윤회 문건'과 박지만 EG 회장의 동향을 적은 '박지만 문건', '청와대 행정관 비위 문건' 등이 모두 포함됐다. 이후 한 경위가 이 문건들을 복사하고 최 경위가 언론사와 대기업 등에 유출했다.
그동안 문건유출 경위를 놓고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주축이 된 7인회가 조직적으로 유출했다, 청와대에서 제3자가 훔쳤다는 등 여러 가지 의혹이 일었으나 모두 사실무근으로 밝혀진 셈이다.
15일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개한 청와대 유출문건 경위보고서 내용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는 이명박 정부 시절 민정수석실 행정관 2명이 문건을 유출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는 최 경위가 유출책임을 면하기 위해 거짓으로 보고한 내용이 와전된 결과물인 것으로 밝혀졌다.
문건의 진위와 관련해 십상시 모임이 허위라는 것은 이미 지난주부터 기정사실화됐다. 검찰은 정윤회 비밀회동 멤버들의 통화기록과 위치기록 등을 분석하고 비밀회동이 있었다는 식당 관계자들을 조사했으나 십상시 모임이 있었다는 증거는 없었다.
3월 시사저널 보도로 촉발된 '박지만 미행설'도 허위로 가닥이 잡혔다. 박 회장은 이에 대해 검찰 조사에서 "오토바이를 탄 미행자를 붙잡은 적도 없고 미행자 자술서를 갖고 있지도 않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박 회장이 오토바이로 자신을 뒤쫓아 오던 미행자를 붙잡아 '정씨가 시켰다'는 자술서를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을 둘러싼 대다수 음모론은 사실무근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부정확한 내용으로 보고서를 만들고 이에 대한 보안도 엉망이었던 청와대, 사실 확인을 철저히 하지 않고 보도한 언론 때문에 국력을 불필요하게 낭비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더 근본적으로는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 때문에 각종 음모론이 퍼지는 단초를 제공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도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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