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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그들에게 박수를

지난 2006년 2월3일 한미간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 선언 후 424일의 대장정을 마치고 이제는 국회 비준을 기다리고 있다. 대한민국이 수립되고 이번 한미 FTA만큼 전국민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킨 정부간 협상은 없었다. 비록 필자가 외교사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만큼 대등한 수준의 협상을 펼친 것도 초유의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실제로 과거를 돌이켜봐도 우리 역사 속에서 고려시대 글안족의 침입시 정연한 논리를 펼쳐 우리 영토를 지켜낸 서희 장군의 예가 아니고서는 그다지 유쾌한 국가간 협상은 없었다. 항상 강대국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치욕을 감내해왔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 그러했고, 대한제국 시대에 새롭게 구미 열강과 맺은 각종 조약은 물론, 국권 탈취 과정의 을사보호조약과 한일병합조약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밖에 해방 이후 한미간에 맺은 주요 조약도 이러한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8차에 걸친 협상에서 한미간의 대등하고 의연한 협상 과정을 지켜봤다. 협상의 결과라든가 앞으로 우리 경제와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말들이 많지만 꼭 해야 할 일을 어렵사리 성사시켰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수가 인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미 FTA 체결로 이미 주변 경쟁 국가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각국 정부의 논평이 그러하고, 세계적인 경제 전문가들의 평이 그러하다. 이것만으로도 체결의 성과가 어떠할지는 예측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샌드위치에서 빠져나올 것이며 어렵사리 올라탄 고속도로를 질주해 선진 강국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 시점에서 협상 결과 자체에 대해서는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지만 막상 이 일을 해낸 주역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는 점에 서운하다는 생각이 든다. 협상 과정에서 온갖 험담을 쏟아부으며 심지어는 ‘매국노’라는 표현까지 썼던 것에 비하면 지금은 너무 무관심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그중에서도 TV에서 워낙 자주 보도되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낯익은 얼굴이 되어버린 인물에 김종훈 수석대표가 있다. 한미 FTA 협상 과정을 놓고 시종일관 반대파들의 뭇매를 맞으며 협상에 임한 그의 심정을 헤아리기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TV 광고를 통해 김 대표가 협상에 임하며 밝힌 소신을 보면서 조선시대 명ㆍ청과의 담판에 나섰던 우리 사신들의 고충을 연상했다면 지나친 것일까. 그때도 자신은 나설 뜻과 능력도 없으면서 대등하지 못한 관계에서 최선을 다하고 돌아온 사신들에게 조정의 뭇 대신들은 비난하기 일쑤였다. 초췌해진 김 대표와 그를 뒷받침한 일원에게 힘찬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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