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는 YS의 정치적 선택으로 탄생했다. 해양강국의 초석을 다진다는 화려한 설립 명분 뒤에는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부산ㆍ경남(PK)에 대한 보은이 깔려 있었다. YS가 PK출신의 거물 정치인인 신상우 당시 신한국당 의원을 초대 장관으로 기용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지난해 간암으로 작고한 신 장관은 당시 현역 최다선(7선)의원이자 YS비서실장을 지낸 실세였다.
△힘깨나 쓰는 장관이 맡았건만 해양정책은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보도자료를 내봐야 단신 취급 받기 일쑤였다. 취재진의 발길이 뜸해지는 것은 당연지사. 오죽하면 출입기자가 엠바고를 깨면 출입정지가 아니라 강제출입시키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신 장관이 나서면 사정은 달라졌다. 실세 장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대로 기사였기 때문이다.
△5년 만에 부활된 해수부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정부조직법상 맨 꼴찌 부처다. 그런데 국무회의 풍경은 영 딴판이었다. 다른 장관들이 막내부처 장관에게 이런저런 민원을 부탁하곤 했다고 한다. 특정현안에 대해 자신의 부처 입장을 지지해달라는 요구는 기본이고 약간의 과장은 있겠지만, 총리와 경제부총리조차 해결하지 못한 부처 칸막이까지 풀었다고 한다.
△특유의 정무적 감각은 현실정책에 십분 활용됐다. 일본의 역사왜곡 망언이 이어지자 신 장관이 독도로 가겠다고 으름장을 놔 파란을 일으켰다. 비록 '조용한 외교'정책기조에 밀려 입도허가조차 받지 못했으나 그런 해프닝을 계기로 독도접안시설 프로젝트는 가속도가 붙었다. 중국 해양국장(장관급)이 자기네 해역이라고 우기는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건설이 본격화한 것도 그때다.
△바다는 변화무쌍하다. 잔잔하다가도 돌연 거칠어진다. 때론 유조선을 두 동강낼 퍼펙트스톰이 몰아친다. 해양정책도 마찬가지다. 주목 받지 못하다가도 일순 요동을 친다. 동북아 해양이 딱 그렇다. 위기대응력과 순발력에다 정무감각까지 겸비해야 할 자리가 해수부 수장이다. 청와대가 16일 윤진숙 후보자 임명을 강행했다. 모래 속의 진주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풍랑을 넘길 조타술이 있는지 걱정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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