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의식하지 않는 위기가 모두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글로벌 경제가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최악의 부진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ㆍ중국ㆍ유럽 등 세계 3대 경제축의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면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급습하고 있는 것.
특히 그동안 상대적으로 선방하던 미국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커지고 있고 중국은 20년 만에 가장 긴 경기둔화 시기를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브릭스(BRICs) 등 신흥국도 경기둔화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
◇세계경제 2009년 이후 가장 어두워=현재 각국 경제의 하강속도는 예상보다 더 심상찮은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로이터는 22일(현지시간) 세계경제가 2009년 이후 가장 어두운 국면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미국과 중국의 성장둔화와 함께 채무위기가 심각한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17개국 가운데 6개국이 이미 침체에 빠졌다"며 "브라질을 비롯한 다른 주요 신흥국들도 성장둔화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27일 발표 예정인 미국의 2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경기성장에 대한 비관론을 더욱 확산시킬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올 1ㆍ4분기의 1.9%보다 낮은 1.3~1.4% 정도의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샘 블러드 웰스파고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재정절벽이 소비와 기업투자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3·4분기에도 암울한 성장전망이 쉽게 바뀌기는 힘들 것"이라고 언급했다.
주요2개국(G2) 중 하나인 중국에 대해서도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하반기 경기판단의 재료가 될 중국의 7월 HSBC 플래시(수정 전) 제조업관리자지수(PMI)가 50을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부진이 다시 한번 확인된다면 6월 발표 때처럼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인 송궈칭(宋國靑) 베이징대 교수는 "2·4분기 중국 GDP가 7.6% 늘어나 2009년 초 이후 가장 저조했는데 3·4분기에는 7.4%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중국은 7분기 연속 성장이 위축돼 1992년 이후 가장 긴 성장둔화에 빠지게 된다.
루팅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당국이 낙후된 긴축조치를 철회하지 않고 효과적인 추가 부양책도 취하지 않으면 하반기에 성장이 급속히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흥국에도 위기 급속 전이=이처럼 세계 3대 경제축의 성장세 하락이 두드러지면서 신흥국의 경기도 급속도로 꺾이고 있다. 실제 브라질 정부는 최근 올해 공식 성장률 전망치를 4.5%에서 3%로 낮췄다. 일부에서는 1%대 성장률에 그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내놓았다. 컨설팅 회사 TOV코헤토라의 페드로 파울로 실베이라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하반기에 대외여건이 더 악화할 가능성 아주 높다"며 "내년 경기성장 회복 전망이 대단히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의 산업생산도 3개월째 감소세를 계속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의 통계기관인 국립통계센서스연구소(INDEC)는 산업생산이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INDEC 자료를 기준으로 월간 경제활동지수가 하락세를 보인 것은 2009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아르헨티나 디텔라대 재정연구센터(CIF)는 "정부의 보호주의 강화와 세계경제 위기가 맞물리면서 아르헨티나 경제가 하반기 침체국면에 빠질 가능성이 98%"라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행되던 2009년 2월의 95%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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