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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대인
임대료·개조비용 빼고도 월세수입이 더 많아 이득
집주인 사전 허락 받아야
● 임차인
無보증금·공유문화 장점… 팍팍한 원룸 벗고 삶 즐겨
전문업체 여부 확인 필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서 월 45만원을 주고 원룸에 거주하던 직장인 P씨. 그는 최근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가 90만원인 방 셋짜리 빌라로 집을 옮겼다. 모자란 전세금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고 남는 방은 월 35만원에 재임대했다. 이자와 월세를 포함해 그가 한 달에 내야 하는 주거비는 27만5,000원으로 예전보다 20만원 가까이 줄었다. 부동산을 임대해서 이를 다시 세놓는 이른바 '전대(轉貸)'가 이 같은 일을 가능케 했다. 팍팍하기만 했던 원룸에서 벗어난 것뿐만 아니라 외로움을 나눌 수 있는 이들도 생기고 주거비도 줄일 수 있는 '일석삼조'의 효과에 P씨는 매우 흡족해하고 있다.
직장인 L씨는 이 같은 사례를 보고 투자 아이디어를 얻었다. 방은 따로 쓰면서 거실·주방 등을 입주자들이 공유하는 형태의 이른바 '셰어하우스(Share House)'다. P씨는 우선 방 세 개 짜리 노후 빌라를 2억1,000만원에 매입했다. 각 방을 1~3인실로 꾸미는 등의 내부단장에 들어간 5,000만원을 포함해 그가 투자한 비용은 2억6,000만원 가량. 임대를 시작한 지금 6명에게서 월세 244만원을 받는다. 수익률이 연 11%에 달한다.
전대를 통한 투자상품은 집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최근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는 한 상점도 전대를 도입한 경우다. 대안공간을 모색하던 한 건축가가 낡은 2층 주택을 빌린 뒤 새로 고쳐 서점·공방 등 8곳에 다시 빌려줬다. 월세는 점포당 60만~110만원이고 세입자는 5년간 안심하고 장사를 할 수 있다. 수익을 내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전대인과 임차인 모두 '윈윈'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사례다.
이렇다 보니 최근 들어서는 전대를 통해 셰어하우스에 투자하는 업체들도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주택 문제가 당장 해결되기 어렵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유사 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이 같은 흐름이 계속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퇴를 앞둔 K씨는 노후 안정된 수입처를 마련하기 위해 단독주택에 투자하려다 셰어하우스로 눈을 돌렸다. 셰어하우스라는 게 낯설기는 했지만 최근 신문에서 젊은 세대의 주거문화가 변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게 K씨가 맘을 돌린 주된 이유였다. K씨의 눈에 띈 물건은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4층 주택. 원래 단독주택이었던 것을 전 주인이 2억원을 들여 주방과 독서실, 휴게공간까지 갖춘 셰어하우스로 리모델링한 주택이었다. 대지도 230㎡로 적당했고 세를 놓을 수 있는 가구도 19가구나 됐다. 결국 K씨는 14억원을 주고 이 주택을 매입했고 월 1,000만원의 월세를 챙기고 있다.
일본 셰어하우스 전문업체인 보더리스재팬은 최근 홍대 인근에 2곳의 셰어하우스를 오픈했다. 지난해 1월 서울지사를 열고 강남 1호점을 개점한 이후 1년 반 만에 서울시내 18곳에서 셰어하우스를 운영할 만큼 빠르게 세를 불렸다. 이처럼 빠르게 지점을 늘릴 수 있었던 비법은 '전대'에 있다. 집주인에게 집을 빌려 다시 임차인에게 세를 놓는 방식이다 보니 초기투자금이 많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점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온 외국인 한두 명씩이 거주하도록 하는 독특한 마케팅 기법도 덕을 톡톡히 봤다. 월 임대료가 1인실 기준 60만원, 2~3인실 40만~60만원, 4인실이 38만~40만원 정도. 임대료가 싸다고 할 수는 없지만 보증금이 없는 데다 공유문화도 즐길 수 있어 젊은이들이 몰려든다. 재일교포인 이성일 대표는 "올해 30호점을 돌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 '공유경제' 바람이 불고 있다. 천편일률적인 도시형 생활주택에 '셰어(Share)'의 요소만 가미했던 전문업체 주도형 1세대 트렌드가 최근 들어서는 개인 투자의 영역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양태도 전문업체의 직접 운영이나 위탁관리뿐만 아니라 직접 전대를 통해 주거비를 낮추는 똑똑한 세입자, 이를 투자상품으로 여겨 두 번째 지갑을 마련하는 모습으로까지 다양해지고 있다. 단순히 한 갈래의 주거문화로만 치부되던 '셰어하우스'가 이제는 수익형 부동산 투자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셰어하우스를 선호하는 주거문화까지 겹쳐지면서 전문업체들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셰어하우스는 보증금보다 월세가 많아야 이익인 임대인과 원룸 수준의 임대료를 내면서 더 나은 주거 여건을 원하는 임차인의 욕구가 맞아떨어진 주거 유형"이라고 평가했다.
◇수익률 10%의 비밀…'전대'의 마법=독립적인 생활공간을 영위하는 주거문화가 대세였던 예전에는 임대를 통해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는 방식은 부동산을 직접 구매하는 방법뿐이었다. 실제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노후 단독주택을 매입해 이를 리모델링하거나 신축해 임대소득을 높이는 재테크 방법이 유행하기도 했었다.
종잣돈이 없는 젊은 층이 이처럼 자산가들에게서나 가능했던 임대소득을 창출할 수 있게 만든 것이 바로 공유문화의 확산과 부동산 전대다. 부동산 전대란 집주인에게 빌린 주택을 임차인이 제3의 임차인에게 다시 세를 놓는 계약형태를 말한다. 기존에 전대계약이 맺어지는 경우는 대부분 기존 임차계약을 채우지 못하고 이사를 해야 하는 임차인이 남은 기간을 채우기 위해 다른 임차인을 데려다 앉히는 일종의 구제책 역할만 했다. 하지만 돈을 조금 더 보태더라도 팍팍한 원룸을 벗어나고자 하는 1~2인 가구의 열망이 강해지면서 전대가 새로운 투자처를 창출한 셈이 된 것이다.
셰어하우스 투자의 가장 큰 장점은 전대를 이용하기 때문에 투입비용이 아주 낮다는 점이다. 투입비용이 낮은 만큼 수익률도 높다.
최근 셰어하우스 사업에 뛰어든 A업체의 셰어하우스 사례를 보자. 이 업체는 마포구에 위치한 방 세 개짜리 전용 116㎡ 아파트를 보증금 2,000만원, 월세 170만원에 임차했다. 세 개의 방은 인테리어를 통해 크기에 따라 각각 1인실, 2인실, 4인실로 나눴다. 임대료는 1인실이 60만원, 2인실이 1인당 50만원, 4인실은 1인당 40만원이다. 6명에게 전대를 놓아 A업체가 얻는 한 달 월세수입은 320만원. 집주인에게 지불해야 하는 원래 임대료와 연리 4% 상당의 은행이자, 가구 구입비와 인테리어 비용 등을 제하더라도 연 수익률이 10%에 달한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셰어하우스 투자…주의할 점은=셰어하우스 투자 성공의 관건은 입주자 모집과 관리다. 세입자들이 공동체 생활을 원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셰어하우스 전문업체가 면접을 통해 입주자를 선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입주자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모집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편리하다. 입주자 모집이 어려울 경우에는 다른 투자상품에 비해 공실 우려가 크다. 전대 계약 특성상 입주 기간을 강제할 수 없다는 것도 단점이다. 다만 보증금으로 1~2개월치 월세를 미리 받고 세입자가 계약 만료 전 퇴거할 경우 한 달 분을 빼고 반환하기로 약정하면 갑작스러운 공실을 줄일 수 있다.
입주자 모집과 관리 못지않게 중요한 게 '특화'다. 예를 들어 사회적 기업인 '프로젝트 옥'은 지점별로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집', '예비 금융인을 위한 집' 등 독특한 개성을 부여해 셰어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보더리스하우스도 학생 시절 외국에서 겪었던 셰어하우스의 향수를 잊지 못하고 다시 찾는 이들과 한국 문화를 직접 접해보고 싶은 외국인들의 수요 탓에 입주율이 항상 80%를 웃돈다.
신송이 보더리스하우스 실장은 "한국에서 외국 문화를 접할 수 있다는 점과 피부로 한국 문화를 겪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외국인과 한국인 모두에게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전대 방식으로 투자하기 위해 유념해야 할 점은 집주인에게 사전에 반드시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임대차 계약서에도 별도의 약정을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임대인이 전대 계약자인 경우 주의할 점이 많다. 집주인이 갑작스레 집을 비워달라고 하면 대항할 방법이 없어서다. 이럴 경우 보증금을 떼여도 집주인이 갚을 의무가 없다. 따라서 정식 사업자 등록을 한 전문업체라야 안심할 수 있다. 전입신고는 물론 월세 소득공제를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협동조합주택·마을공동체… 진화하는 공유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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