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올여름 무더위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공포는 실체가 명확하지 않을 때 더 커지는 경향이 있는데 요즘의 메르스가 그러한 형국에 가깝다. 감염자 확산 추세가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추가로 부분폐쇄 조치가 내려진 의료기관이 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각종 루머가 난무해 형체도 없는 공포에 휩쓸리고 있다는 점이다.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사람들은 병원은 물론 공연장이나 쇼핑몰 같은 공공장소를 찾지 않게 된다. '경제는 심리다'라는 말처럼 소비심리가 위축돼 경기는 더욱 침체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메르스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이 있다. 간호사를 비롯한 병원 의료진과 119구급대원, 그리고 방역업체 직원들이다. 이들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환자와 가족의 아픔을 이해하고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살려야겠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공감은 내 입장이 아니라 상대의 입장에서 느끼고 생각할 줄 아는 마음가짐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돼보는 것을 통해 사람은 사적인 생각을 넘어 공적인 사유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상황을 돌아보면 몇몇 사람의 공감과 희생만으로 메르스와 그 공포를 이겨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제는 위기와 불안감을 이겨내기 위해 온 국민의 연대와 동참이 필요하다. 생업 현장을 지키면서도 가슴 뜨겁게 공감하고 단단하게 연대해 이겨내야 한다.
많은 경제단체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시민단체 자원봉사자들은 방역과 자가격리 대상자 일손 돕기 활동을 하고 있다. 어느 지역의 제약공학과 대학생들은 손 소독제를 직접 만들어 지역주민에게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다.
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메르스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격려와 응원 메시지를 전달하는 '메르스 아이스 버킷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필자도 이 릴레이에 참여해 헌신적인 의료진을 응원하고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우리 중소기업의 건승을 기원했다.
매일 중소기업을 찾아가는 중진공 직원들도 중소기업과 공감하고 연대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중소기업의 글로벌화와 자생력 제고를 위해 현장을 찾아 나선다. 기업 진단으로 문제점을 찾아내고 컨설팅과 맞춤연수를 지원해 해결책을 함께 고민한다. 최근에는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을 위해 정책자금을 긴급 투입해 위기 극복에 동참하고 있다.
어려운 현장을 지켜내는 사람에게 따로 훈장이 주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과거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어려운 시기를 함께 느끼고 견디면서 이겨냈다는 공감과 연대의식이 있다. 이것이 우리 사회를 지키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메르스 바이러스도 메르스 경제도 머지않아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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