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중남미 9개 좌파국가 '공동통화' 쓴다

베네수엘라 등 'ALBA' 회원국<br>내년 무역결제화폐 '수크레' 도입

중남미 9개 좌파국가들이 내년부터 권역 내 무역 결제 화폐로 달러화 대신 지역 공동통화인 '수크레(Sucre)'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경제 패권에 균열이 가고 있는 가운데 달러화를 대체할 결제수단으로 공동 통화가 도입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16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ㆍ에콰도르ㆍ니카라과 등 '아메리카를 위한 볼리바르 동맹(ALBA)'소속 9개 국가는 볼리비아 중부 코차밤마에서 정상회의를 갖고 오는 2010년부터 관내 무역 결제시 달러화 대신 '수크레'를 사용키로 확정했다. 회담 주최국인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은 "달러 대체 통화 창설이 정상들의 지지를 받아 승인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통화는 내년 초부터 회원국간 무역 거래에서 도입된다. 지구촌에 권역 공동통화가 등장하는 것은 유럽연합(EU)의 유로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특히 미국의 발 밑에서 미국의 영향력에 반기를 든 좌파국가들이 단일 경제블록을 구성하는 첫발을 디뎠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틀 일정으로 열린 정상회담에서 회원국가들은 "코카(coca)는 코카인이 아니다"라는 상징적인 슬로건을 내걸어 이 같은 화폐도입이 남미 국가들의 자주성을 높이고 미국 달러화를 배제하기 위한 전략임을 숨기지 않았다. 중남미 국가들은 "코카인의 원료가 되는 코카를 3,500년 이상 재배해 왔고 코카가 의약품에서부터 옷감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며 약물 연관 혐의로 제재를 가하고 있는 미국 측을 지속적으로 비난해 왔다. '수크레'라는 단일 결제통화명 역시 회원국 에콰도르의 화폐명인 동시에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위해 싸웠던 영웅 호세 안토니오 수크레의 이름에서 따 온 것이다. 이들 국가의 결제통화 도입 움직임은 수년 간 논의돼 온 것이지만 다극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던 지난해 11월 휴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달러화 배제를 위해 제안하면서 본격화됐다. 남미 국가들은 풍부한 천연자원을 무기로 이번 경제위기 이래 탈 달러화를 부추기는 주요 세력으로 부상한 상태다. 이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양국간 무역에 있어 달러화 대신 자국 화폐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남미 주요국가들은 지난 5월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WB) 등 국제금융기구들의 역할을 대체할 남미은행(Banco del Sur)에 관한 운영협정도 체결한 바 있다. ALBA는 수크레 사용으로 회원국들의 달러 및 유로화 의존도를 낮추고 환차손을 방지하는 한편 중남미 국가들의 경제통화 주권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내놓고 있다. 또 장기적으로는 회원국간 무역결제 뿐 아니라 미국과 EU와의 무역거래에서도 수크레를 대금결제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수크레의 파급력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많다. 회원국이 남미 일부 국가에 제한돼 있고 경제규모가 미국이나 유로존 등에 비해 턱없이 작기 때문이다. 브라질ㆍ아르헨티나 등 남아메리카 12개국이 지난해 5월 창설한 남미국가연합(UNASUR) 등 남미 내 여타 경제협력기구들의 반응도 아직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수크레를 무역화폐로 결재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공인이 필요하지만 이를 얻기는 힘들 것이라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실제 교역에서 상징적인 효과만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달러화에 대한 비난과 비중 감소 우려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인 만큼 달러화 비중 감소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ALBA는 미국 주도의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창설안에 맞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2004년 12월 결성했으며, 2006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ALBA에는 베네수엘라ㆍ쿠바ㆍ볼리비아ㆍ니카라과ㆍ온두라스ㆍ도미니카공화국ㆍ에콰도르 외에 카리브해 지역 소국들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파라과이도 가입을 시사한 상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