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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저출산·고령화 대책 급하다
입력2004-10-08 16:27:12
수정
2004.10.08 16:27:12
황원갑 소설가·한국풍류사연구회장
갓난아이보다 사망자가 더 많은 나라의 장래는 어둡다. 젊은이보다 늙은이가 더 많은 나라, 갈수록 인구가 줄어드는 나라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지난해에 우리나라의 가임여성(15~49세) 1명당 평생 낳는 자녀 수, 즉 합계출산율이 1.1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구가 현상유지를 하는 데 필요한 2.1명에 훨씬 못 미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평균 출산율인 1.6~1.7명에도 한참 뒤떨어진 세계최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지난 60년 6.0명, 70년 4.54명, 80년 2.83명, 92년 1.78명, 2001년 1.30명으로 갈수록 줄어들더니 지난해에는 1.19명으로 급격히 감소해 마침내 세계최저 수준으로 떨어져버리고 만 것이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이처럼 급격한 감소세를 보인 것은 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부터 나타났다.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와 자녀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 등 다른 요인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경제난의 가중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본인도 먹고 살기 힘든데 어떻게 아이를 낳아서 기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젊은 부부들에게 아이를 낳지 않는 까닭을 물어보면 교육비와 육아비 부족을 가장 큰 이유로 내세운다.
70년에 100만명이던 출생아 수가 지난해에는 49만3,500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이는 70년 통계청이 인구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최저치라고 한다. 이런 추세라면 오는 2017년부터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 수도 줄어들게 되리라는 예측이다.
또 앞으로 100년 뒤면 현재 인구 4,819만9,227명이 3분의1 수준인 1,600만명으로 엄청나게 감소하리라는 것이다. 참으로 무서운 예측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국가적 재앙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고 안 낳는 문제가 이제 개인적 차원을 넘어 국가적 차원의 과제로 대두된 것이다.
출산율 감소는 노령화사회를 앞당기게 마련이다. 실제로 노령화 추세도 가속화하고 있다. 2000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이 339만명으로 전체인구 4,700만명의 7%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문가들의 예측에 따르면 2030년께는 노인인구가 현재의 3배 이상인 1,160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나라가 급속도로 늙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저출산ㆍ고령화사회는 어떤 문제점과 해악을 가져올까.
무엇보다도 생산인구의 감소에 따라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이다. 일할 사람이 줄어드니 수많은 회사와 공장이 문을 닫을 것이 아닌가. 입영대상자의 부족에 따라 국가안보를 위한 병력자원의 부족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학생 수가 줄어들어 수많은 학교가 문을 닫을 것이다.
노인은 늘어나고 젊은이는 줄어드니 나라 전체에 활력이 사라지게 된다. 활력이 사라진 국가와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침체와 쇠퇴밖에는 없다. 그것이야 말로 국가적 재앙이다. 일할 사람, 군대에 갈 사람, 세금 낼 사람은 줄어드는 반면 의료보조와 연금을 받을 사람은 늘어나니 국가재정도 머잖아 고갈되고 파탄나지 않겠는가.
사태가 이처럼 심각한데도 정부에서는 지난해 말에야 ‘인구ㆍ고령화사회 대책팀’을 구성하고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고 한다. 우리는 이보다 덜 시급한 문제에 매달려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력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 이제 저출산ㆍ 인구감소ㆍ고령화 문제는 가장 시급한 국가적 과제가 됐다.
여성취업과 육아지원ㆍ감세ㆍ교육지원 등에 보다 과감하고 근본적이며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아쉽다.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실업문제, 임신과 출산에 대한 지원, 육아와 교육에 대한 지원, 그리고 올바른 가치관과 역사관 정립이다.
예산과 인력부족을 탓하지 말라. 그것은 해마다 천문학적 규모로 낭비되는 혈세의 관리만 잘해도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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