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씨는 연초 수도권의 전용 84㎡ 아파트를 5억원에 구입했다. 매입 당시만 해도 그는 같은 평형의 아파트가 최근 5억1,000만원에 거래됐다는 중개업소의 말에 시세보다 싸게 샀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 생각은 금방 바뀌었다. 같은 로열층이긴 하지만 그가 산 집은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지는 타워형 구조였고 판단의 기준이 됐던 집은 판상형 설계로 단지 내에서 2,000만원 정도 높게 시세가 형성돼 있었다. 여기에 동의 위치가 어디냐에 따라서도 가격이 제각각이라 같은 평형이라도 수천만원의 시세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아파트 가격을 결정하는 변수가 눈에 띄게 다양해지고 있다. 단지의 대형화와 30층이 넘는 초고층이 일반화하고 수요에 맞춘 다양한 평면이 제공되면서 같은 단지 내 동일한 면적이라도 가격차이가 수천만원씩 벌어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공덕동 A공인 관계자는 "솔직히 정확한 가격이 얼마인지는 거래가 이뤄져봐야 안다"며 "최근 입주한 대단지의 새 아파트는 동·층·향에 따라 거래가격이 1억원 가까이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거래침체로 매입가격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 실거래가격 정보가 부족한데다 시세와 동떨어진 호가(호가) 매물이 잇따르면서 수요자들의 판단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실제로 시세가 9억5,000만~10억4,000만원 안팎이던 서울 잠실동 A아파트 전용 84㎡ 아파트는 최근 갑자기 11억원으로 호가가 뛰었다가 하루 만에 다시 내려앉았다. 집주인이 인근 중개업소에 매물을 11억원에 내놓았다가 하루 만에 거둬들이면서 생긴 현상이다.
이 지역 K공인 관계자는 "일반적으로는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매도호가가 형성되지만 시세와 동떨어진 매물이 나올 경우 갑자기 가격이 오른 것 같은 착시현상이 나타난다"며 "이 때문에 단지규모가 크고 평면이 다양한 아파트일수록 정확한 거래가격을 파악하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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