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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재판 실효성 논란
입력2008-04-07 17:10:31
수정
2008.04.07 17:10:31
김광수 기자
항소하면 2심부터는 배심원 참여못해…1심판단 무용지물<br>배심원 출석률 20~40% 안팎·자질도 도마에<br>"시행착오 불가피…긍정효과 더 많다" 반론도
지난 달 31일 부산지법. 출장 안마사를 상대로 공동으로 강도행각을 벌인 뒤 성추행을 한 A(26)씨와 B(27)씨가 기소돼 국민참여(배심원제)재판을 받았다. 검찰은 이들 2명에 대해 특수강도강간 혐의를 적용, 징역 10년과 징역 7년을 각각 구형했다.
하지만 배심원단의 판단은 아주 달랐다. 배심원단은 강제추행 부분과 관련, A씨에 대해서는 전원 유죄, B씨에 대해서는 유죄 3명, 무죄 6명의 평결을 내려 재판부에 전달했다. 재판부는 배심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받아들여 A씨에 대해 징역 3년6개월, B씨에 대해서는 강제추행 부분은 무죄로 판결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검찰측은 즉각 항고했다. 특히 피의자들이 공업용 본드를 흡입하고 성추행을 한 부분에 대해 배심원들이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해 준 것은 감성이 개입된 판단이라는 게 검찰측 항변이다.
부산지검이 재판결과에 불복, 항소하면서 대구, 청주, 수원, 인천에 이어 국민참여재판이 열린 5지역에서 모두 검찰이 항소하는 결과가 나왔다. 국민이 억울하게 법의 피해를 받지 않도록 하기위해 올해 처음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시행 초반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항소하면 그만, 실효성 의문= 국민참여재판은 지난 2월12일 대구지방법원을 시작으로 청주, 수원, 인천, 부산 등에서 실시됐다. 하지만 5곳 모두 재판결과에 대해 검찰측이 항소하면서 실효성이 의문시 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심부터는 배심원이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1심 배심원들의 판단은 무용지물이 된다.
1심에서 지더라도 항소하면 2심에서 결과가 번복될 가능성이 농후한 셈이다. J 미국변호사는 “미국에서는 배심원이 내린 사실 판단에 대해 상급법원이라도 뒤집을 수는 없다”며 “한국의 국민참여재판에서 잇따라 검찰이 항소해 사실상 배심 재판을 무력화하는 것은 배심재판을 퇴색시키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A교수는 “검찰이든 변호인이든 ‘안되면 3심까지 가면 된다’는 생각이 뿌리깊게 박혀 있다”며 “미국처럼은 아니더라도 국민참여재판이 실효성을 갖도록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심원 자질도 도마= 배심원 선정은 ‘해당 지역 만 2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선정기준이 조화로운 판단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원인이 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여러 지역에서 모인 다양한 성별, 나이, 직업 등을 가진 사람들의 판단 가능성이 차단돼 있다. 그렇다고 부산에서 하는 재판을 서울에 있는 사람이 가기는 더욱 힘들기 때문에 현실적인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배심원에 선정된 사람들의 재판 출석률이 현저히 낮은 것도 문제다. 현재까지 배심원 재판 출석률은 20~40%선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초기 단계에서는 만족할 수준”이라며 “참석률이 높아지도록 더욱 많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배심원들의 자질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 3월 인천지법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선 검찰과 변호인의 주장을 경청하지 않고 졸거나 딴청을 피운 20대 여성 배심원이 재판부에 의해 쫓겨나기도 했다.
◇“긍정효과 더 많다” 반론도= 배심원들이 지극히 감성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검찰과 변호사들 역시 법률적인 논리로 유ㆍ무죄를 이끌어 내기 보다는 오히려 호소력 짙은 화법을 갖추는데 더 신경을 쏟고 있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정(情)’을 중시하는 풍조를 역이용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판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온정주의로 흐르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행초기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국민참여재판은 나름대로 연착륙을 하고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전관예우’ 관행이 뿌리깊은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국민의 관심을 고취시키는 역할도 크다는 지적이다.
대법원도 국민참여재판제도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 대법원은 강일원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을 단장으로 사법참여기획단을 발족해 개선책 마련과 국민적 관심 증대를 위한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초기부터 성공한 제도는 없다”며 “새로운 재판제도가 성공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애정을 갖고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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