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자(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경고다. 신흥국들의 통화ㆍ채권ㆍ주식 등이 트리플 약세를 보이면서 신흥국 금융시장의 혼란이 어느 정도까지 증폭될지 투자자들이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단지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만 흘렸는데도 신흥국에서 연일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들이 시중에 푼 자금만 12조달러로 추산되는 가운데 각국 중앙은행이 출구전략을 본격 시행할 경우 신흥국이 고통스럽고 기나긴 터널로 들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베누아 앤 소시에테제네랄 선임 투자전략가는 "중앙은행 자금이 신흥시장의 거품을 만들어냈지만 최근 연준의 정책변화(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에 거품이 해소되고 있다"면서 "매도세는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신흥국 통화·주식·채권 등이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5월 이후 브라질 헤알화와 인도 루피화는 달러화 대비 6% 이상 급락했다. 멕시코 페소화도 6% 하락했으며 반정부 시위로 정국불안을 겪고 있는 터키 리라도 5.7% 떨어졌다. 우리나라 원화와 싱가포르 달러화도 각각 2.3%, 2.1% 하락한 모습을 보였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랜드화는 달러당 10.38랜드로 올 들어 23%나 가치가 떨어졌으며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달러당 1만루피아를 넘어서면서 둘 다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글로벌 증시와 채권시장도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였다. 주요 신흥국 증시를 반영하는 FTSE신흥시장지수는 5월 고점 대비 10% 넘게 급락했다. 브라질 보베스파지수는 올해 고점 대비 20% 넘게 떨어졌다. 니컬러스 가트사이드 JP모건자산운용 국제채권 부문 책임자는 "시장이 매우 극단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외국자금의 유출이 금융불안으로 이어지자 통화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인도 중앙은행은 루피화가 달러당 58.98루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자 시장개입에 나섰다. 인도 중앙은행은 해외자본 유치를 위해 추가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AFP는 분석가들을 인용해 인도 중앙은행 보유외환이 7개월치 수입을 충당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해 지난 13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 역시 달러당 1만루피아로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루피아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12일 중앙은행 예치금리를 올렸다. BI는 하루짜리(오버나이트) 예치금에 적용되는 금리를 4.25%로 25bp 인상해 즉시 적용한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암달러 시장에 대한 개입 방침을 시사했다. 공식환율이 달러당 5.1페소인 반면 암시장에서는 10페소대로 2배 차이가 나자 대형 환전상들에게 시세를 6~7페소로 낮추라고 요구했다. 달러당 환율이 2.14헤알대로 4년 만에 최저치로 가치가 급속도로 하락하자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 2주 동안에만 통화스와프 계약을 다섯 차례 체결하는 등 외환시장 개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와 관련해 세계 최대 채권펀드 운용사인 핌코는 3~5년 내 글로벌 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60%로 점치며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밀 패리크 핌코 이사는 "글로벌 경제는 6년마다 한 번씩 침체를 경험했는데 우리가 경험한 마지막 침체는 4년 전이었다"며 "세계 각국이 짊어지고 있는 부채가 늘어날 경우 침체는 더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빌 그로스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도 금융시장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경고하며 투자자들이 안정성이 높은 우량채권이나 미 국채에 투자하는 게 더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고수익을 추구하는 주식, 정크본드, 외환, 신흥국 채권 모두가 혼란에 빠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