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세계열강들은 치열한 영토전쟁을 통해 끊임없이 지도를 수정하며 지금의 국가 경계를 이뤘다. 당시 넓은 영토는 힘의 상징이자 번성을 의미했다.
그러나 영토 확장보다는 외침을 이겨내기에 바빴던 대한민국의 현재 국토면적은 약 10만㎢ 로 미국 국토면적의 1%, 세계 108위에 불과하다. 그나마 국토의 대부분이 산악지대이고 농경지 면적은 19%로, 수천만 인구를 무엇으로 먹여 살려야 할지가 늘 고민이고 숙제였다.
이처럼 작고 어려웠던 나라 한국이 오늘날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갖춘 것은 수출의 힘이 컸다. 정부의 수출주도 정책과 역동적인 기업가 정신, 근면한 국민성이 더해져 우리 경제가 순조롭게 성장한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무역규모 1조달러를 돌파하며 명실 공히 통상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날로 커지고 있는 무역규모는 우리에게 수출시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해준다. 따라서 이번주 발효되는 거대시장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가지는 의미는 그만큼 크다.
바야흐로 '시장'은 '영토'의 개념을 대신하고 있다. '총'과 '칼'로 영토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경쟁력'을 무기로 각국의 교역 장벽을 허물고 세계로 진출하는 국가가 강대국이 되는 세상이다. 한국은 미국과의 FTA로 총 45개국을 상대로 FTA를 발효하고 전세계 시장의 60%를 자유롭게 활보하게 됐다. 땅덩어리는 108위에 불과하지만, 우리에게 열린 시장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넓다. 이는 그만큼 우리의 성장 가능성이 증대됐음을 의미한다.
성장의 가장 큰 과실은 일자리 창출이다. 수출비중이 높은 우리 기업들은 FTA를 통해 관세가 철폐되면 유리한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되고, 이로 인해 생산이 증대될수록 일자리 창출에 힘이 붙는다. 설비투자 확대와 외국에서 유입되는 직접투자도 일자리 창출을 촉진시킨다. 뿐만 아니다. 소비자들에게는 양질의 상품과 서비스를 값싸게 공급해 국민 대다수의 삶의 질이 향상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계 등 사회 일각에서는 한미 FTA를 '망국협정'이라 규정하면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고용안정과 일자리 창출을 외치면서도 정작 일자리 창출의 호기를 스스로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심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원이 부족하고 내수 시장도 협소한 대한민국에서 2,400만 취업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대외시장을 확대시키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FTA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가 클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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