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순환은 때로 그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심오하고도 정확하다. 올 여름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비와 폭염의 반복은 우리의 계절감각을 무색하게 하더니 입추와 말복을 지나서는 코끝에 느껴지는 바람이 달라졌다. 이제는 햇빛과 하늘의 높이가 다르다고 할까. 그러나 나는 때 되면 예측 가능한 자연의 풍경에 무심하지 못하고 마치 이 계절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위기감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낀다. 그것은 아마도 내가 20세기 이후 최고의 핫이슈인 기후변화 등 환경정책을 현장에서 수행하는 기관장으로서 가지는 소명이며 정서가 아닐까 한다. 폐기물 매립비중 여전히 높아 우리가 자연순환의 거대한 질서를 회복시키기 위해 하고 있는 많은 일들 중 하나가 바로 '자원순환 생태계'를 일상에 자리잡게 하기 위한 노력이 아닐까 한다. 자연순환의 수레바퀴가 걸림돌 없이 자신의 일정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그 여정에 방해가 없어야 한다. 그러나 지난 20세기는 그렇지 못했다. 지금의 환경위기는 자연순환과 자원순환이 엇박자를 놓으며 발생했다. 자원순환의 고리를 파괴시킨 큰 주역 중 하나가 인간사회가 쌓아놓은 쓰레기 더미다. 도시화, 산업화를 되돌릴 수 없는 현실에서 우리는 쓰레기를 근본적으로 어떻게 줄일까 하는 것과 함께 쓰레기를 새로운 자원으로 환원시키기 위한 창의적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 1990년대 초반에는 각종 폐기물의 보다 안전한 처리와 단순 재활용이 중요했다면 2000년 이후에는 자원순환형 사회로의 전환이 관건이다. 양적인 자원순환에서 질적인 자원순환으로 큰 방향선회가 이뤄지고 있다. 이제 모든 폐기물은 100% 순환될 수 있는 '저탄소 자원순환사회(Zero-Waste)'가 우리의 목표다. 이제 동네 곳곳에서 녹색가게, 재활용 센터를 어디서나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생활 분야 재활용률 1위(61% 재활용)로 높은 국민환경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분리배출, 쓰레기 종량제 도입 등 재활용 제도의 성공적 정착과 높아진 국민환경의식이 시너지 효과를 낳은 결과다. 그러나 단위면적당 총 폐기물 발생량이 OECD 국가 중 3번째로 많고 여전히 자원화 가능한 폐기물의 매립비중이 높다. 폐자원 에너지화 기술수준은 독일ㆍ일본 등의 60% 수준밖에 안 된다. 그러나 자원순환에 대한 가능성과 잠재력은 높다. 이제 버려지던 폐기물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현재 우리나라 신재생 에너지 생산의 80%가 폐자원 에너지) 폐기되는 전자제품ㆍ자동차에서 연간 약 2조2,000억원의 금속자원을 회수할 수 있다. 큰 복병 중 하나인 음식물쓰레기는 문제인 동시에 큰 잠재적 환경시장이다. 1년에 약 20조원(국가예산의 약 6%)의 가치를 지닌 500만톤의 음식물쓰레기가 버려진다. 버려지는 음식물은 퇴비나 바이오가스 등 새로운 자원으로 탈바꿈된다. '쓰레기경제학'은 미래경제ㆍ산업구조의 새로운 한 축으로 커질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다. '아나바다' 실천 체질화해야 자원순환이 산업과 문화적으로 성장 단계에 돌입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보다 높은 수준의 자원순환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경제ㆍ산업구조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전사회적 자원순환 네트워크 구축이 방향이 될 수 있다. 모든 제품의 생산ㆍ소비ㆍ재활용 과정에서 자원순환을 관리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폐기물과 쓰레기를 재활용하거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자원순환은 자연사랑 만큼이나 중요한 과제로 자리잡아야 한다. 이제 우리는 일상 속에서 먹고, 쓰고, 놀고, 즐기는 모든 곳에서 아(껴쓰고)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 쓰는)를 실천하는 자원순환형 사회로의 건강한 체질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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