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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반도 전운 러에 부메랑 되나] 체첸·조지아와 군사 충돌때도 경제 휘청… 러시아에 부메랑

G7, G8회의 준비 연기 등 러시아 고립 논의 본격화

투자·무역제재까지 거론<br>中-러 연대 가능성 커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파병에 대한 국제사회의 정치·경제 차원 제재 논의가 가속화되면서 우크라이나에서의 주도권 탈환을 노린 러시아의 승부수가 러시아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 특히 러시아 경제가 위기국면으로 빠져들 경우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글로벌 경기까지 얼어붙게 만드는 '블랙스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처하는 방향이 국제사회의 외교역량을 동원한 정치·경제적 고립으로 향하고 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2일(현지시간) TV 인터뷰에서 러시아를 제외한 주요8개국(G8)이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들은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고립시킬 태세"라고 전했다. 위험부담이 큰 군사적 접근보다 일단은 경제외교 쪽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심산이다. 미국의 경우 국방예산 삭감으로 우크라이나에까지 접근할 여력이 만만치 않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차원의 개입도 우크라이나가 EU 회원국이 아니라서 명분이 약하다.

러시아의 주요8개국(G8) 자격 박탈까지 거론되는데 이 경우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의 고립은 확실히 드러난다. 러시아를 뺀 나머지 7개국 정상들이 이날 오는 6월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G8 정상회의의 준비작업을 연기하면서 이번주로 예정된 준비모임 불참을 선언한 것은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에 꺼낼 수 있는 제재 카드로는 비자 발급 중단, 러시아 관료나 기업인의 자산동결, 투자·무역 관련 제재 등이 거론된다. 케리 장관은 "미국 기업들도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나라와 사업하는 것을 당연히 재고할 것"이라며 "루블화 가치는 이미 떨어지고 있고 러시아는 경제적으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언급한 러시아 관료·기업인에 대한 자산동결 등 금융제재는 북한과 같은 국제사회에서 문제를 일으킨 국가들에 주로 실시돼왔다. 조치가 시행된다면 서방 국가와 러시아 간 관계가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의미다. 실현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만에 하나 현실화된다면 지난해 1.3%에 그친 경제성장률 회복을 위해 외국인직접투자(FDI)에 목을 매는 러시아에는 큰 타격이다. 니컬러스 번즈 전 미 국무부 차관은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를 통해 "버락 오바마 정부는 러시아와의 투자협정(BIT) 협상을 연기하고 EU가 경제협력 합의 중 일부를 이행하지 않으면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을 압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군사적 긴장이 경제위기로 연결됐던 경험이 있는 러시아에 제재는 위험요인임이 분명하다. 공교롭게도 10여년간 러시아의 경제위기에는 군사적 충돌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쳐왔다. 1994~1996년 체첸자치공화국과의 1차 전쟁 비용으로 러시아가 쓴 돈은 경제재건 비용을 제외하고도 55억달러에 달한다. 이 비용부담과 함께 아시아 외환위기에 따른 에너지 수요 급감과 가격폭락이 겹쳐지면서 1998년 러시아는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을 선언해야 했다.

2008년 조지아와의 전면전도 글로벌 금융위기와 겹치면서 투자자들의 이탈을 낳아 러시아 경제에 큰 상처를 남겼다. 리아노보스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당시 전운이 고조되던 2008년 8월 초·중순 러시아 증시에서 70억달러가 빠져나갔다. 그해 9월까지 러시아 증시는 무려 54%나 폭락했는데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일부 외신은 "미국 정부가 러시아의 조지아 침공에 대한 제재 차원에서 투자자들에게 철수할 것을 선동했다는 음모론이 퍼졌다"고 전하기도 했다.

러시아 루블화는 실제로 이날 사상 최저치인 달러당 39루블선까지 폭락하며 불안감을 드리웠다. 러시아 증시인 MICEX도 개장과 함께 10% 이상 폭락하며 1998년과 2008년에 이어 또다시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한 러시아 외환거래소 종사자는 WSJ에 "달러가 말라서 사들일 수만 있을 뿐 팔 수가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유럽이 러시아에 천연가스 수요량의 4분의1이나 의존하는 등 세계 경제와 연결고리를 고려하면 러시아 위기는 전세계로 확산할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이 논의되는 경제제재를 모두 실시할 가능성이 크지는 않아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미 러시아의 풍부한 에너지 자원에 상당수 의존하는 EU로서는 러시아에 등을 돌리기가 쉽지 않다. 미국 역시 이란 핵 협상과 시리아 내전 평화협상을 진행하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의 협조가 필수적이어서 자산동결이나 투자 관련 제재 등 전면적인 제재는 부담스럽다. 유엔을 통한 제재도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를 이용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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