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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생활법률] 명의 도용과 변제책임

명의도용 땐 대출금 갚을 필요 없지만

은행측 대여금청구소송엔 협조해야

김진필 법무법인 대상 변호사ㆍ한림대학교 겸임교수

Q. A는 친구인 B로부터 자동차를 빌리면서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맡겼다. B는 C은행에서 A인 척하면서 주민등록증을 제시한 뒤 A 명의의 예금계좌를 개설했다. 아울러 '전자금융거래신청서'를 작성해 '공인인증서'를 교부받아 대출을 받기도 했다. 명의를 도용당한 A는 C은행에 대출금을 변제할 책임이 있을까.

A. 본건의 쟁점은 A와 C은행간의 대출계약이 유효하게 성립됐는지 여부다.

대법원은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자가 타인의 이름으로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 행위자 또는 명의인 가운데 누구를 대출계약의 당사자로 볼 것인가에 관하여는 그 계약의 성질, 내용, 목적, 체결 경위 등 계약 체결 전후의 구체적인 제반 사정을 토대로 상대방이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행위자와 명의자 중 누구를 계약당사자로 이해할 것인가에 따라 당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본건에서 B가 아무런 권한 없이 A의 명의를 임의로 도용하고 관련 서류를 위조해 B은행과 대출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A와 C은행간 대출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할 것이므로 A는 C은행에 대출금을 변제할 책임이 없다.

C은행은 B를 사문서위조, 사기죄 등으로 고소하여 형사책임을 묻고 A에게는 대여금청구소송을 제기해 하여 손해를 보전할 수 있다.



이 때 A는 C은행의 대여금청구소송에 응소해 B의 위법행위를 입증해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등의 신분증을 함부로 빌려주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할 것이다.

요즘 사기꾼의 꾀임에 빠져 단돈 몇 십만원에 주민등록증을 빌려주거나 심지어 본인 명의의 통장을 만들어주는 이(명의대여자)들이 있다. 사기꾼들은 명의대여자의 명의로 대출을 받아 이익을 챙긴 뒤 잠적해 버린다. 이 때 은행이 명의대여자를 상대로 대여금청구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은 명의를 대여하면 불법대출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의대여자가 알고 있었는 지에 대해 주목한다. 또 명의대여자에게 과실이 있다고 판단되면 명의대여자에게 대여금을 변제하라는 판결을 내린다.

명의대여자는 겨우 몇 십만원의 돈에 욕심을 내다가 수 천만원의 변제책임을 떠안게 되는 데다 사기꾼의 위법행위를 증명하지 못하면 형사책임을 질 수도 있다. 따라서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등의 신분증을 타인에게 함부로 빌려줬다가 낭패를 당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kimbyun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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