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정치권 특유의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 '값싼 전기료'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인도 전력업체들이 줄도산 위기에 놓인 것은 물론 국가 전력수급 체계에 일대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블룸버그는 11일(현지시간) 오는 4월7일부터 5월12일까지 6주간 실시되는 인도 총선과 관련해 "전기와 관련한 포퓰리즘 공약이 급증하면서 인도의 전기공급망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는 지난 2012년 일부 주에서 노후화된 전력시설이 고장 나면서 북부와 동부 지역의 6억명가량이 사흘간 블랙아웃 사태에 시달리는 등 인류역사상 최악의 정전사태를 겪은 바 있다. 특히 인도 내 민간 전력업체들은 재정상태가 부실해 전력시설에 제대로 된 투자를 못했고 이는 또다시 수급불량으로 이어져 최근 수년 동안 크고 작은 정전사태가 지속돼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도 여야 정치권이 4월 총선을 앞두고 너도나도 '전기료 인하'를 공약으로 들고 나오면서 인도가 또다시 블랙아웃 리스크에 휩싸이고 있다.
먼저 불을 붙인 것은 2012년 창당한 신생정당인 보통사람당(AAP)이다. 이 정당을 이끌던 아르빈드 케지리왈은 정부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한 소비자용 전기료 50% 삭감을 공약으로 내걸어 지난해 12월 델리주 총리로 당선됐다. 이후 여당인 의회당이 이끄는 하리아나주·마하라슈트라주 등 2개 주에서 유사한 정책을 시행하기로 하는 등 전기료를 둘러싼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블룸버그는 6주간 진행되는 이번 총선에서 이 같은 공약 랠리에 동참하는 주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손해를 보고 전기를 팔아야 하는 소매업체들은 결국 빚을 늘려 전기공급 업체에 전기료를 지불하고 이는 결국 소매업체의 지급불능 위기로 이어지는 등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더불어 인도의 가장 큰 전기공급 업체인 NTPC는 최근 기업 경영상태가 부실한 소매업체들을 상대로 전기공급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2월 대법원의 중재로 잠정 보류된 상태이기는 하지만 NTPC의 공급중단이 현실화될 경우 수천~수백만명의 인도인들이 블랙아웃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인도는 한때 10%를 상회하던 경제성장률(GDP)이 최근 7분기 연속 5%를 하회하는 등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인도 정치권의 과잉 포퓰리즘은 인도 경제위기의 주범 중 하나다.
전기료를 둘러싼 이번 포퓰리즘 역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 앞서 2012년 9월 연방정부는 19조루피(약 333조원)가량에 이르는 단기채무 해결을 위해 소비자용 전기세율 인상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구조조정안을 시행하기로 한 바 있다. 반면 델리주의 케지리왈 사례가 이번 총선을 통해 다른 주로 확대될 경우 "몇년 안에 전기 관련업계는 또다시 흔들릴 수 있다"며 "이는 나쁜 경제이자 나쁜 정치"라고 인도 딜로이트법인의 한 관계자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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