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가 올해 단체협상에서 직원 자녀 우선채용 조항 삽입을 추진해 '고용세습'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기아자동차와 한국GM은 이미 비슷한 내용을 3년 전 단협에 포함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노동계에 따르면 기아차와 한국GM은 정년퇴직자와 장기근속자의 자녀 채용에 대한 우대조항을 단협에 포함시켜 운용하고 있다. 기아차는 지난 2008년 노사 간 단협을 체결하면서 27조 1항에 '회사는 인력수급계획에 의거 신규채용시 사내비정규직,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 정년퇴직자 및 장기근속자(25년이상) 자녀에 대해 채용규정상 적합한 경우 우선 채용함을 원칙으로 한다. 단, 가점부여 등 세부적인 사항은 별도로 정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같은 해 단협을 개정한 한국GM 역시 34조에 '회사는 직원의 신규채용시 정년퇴직자와 장기근속자, 업무상 재해나 개인 신병으로 불가피하게 퇴직한 자의 직계가족을 우선 채용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을 명문화했다. 기아차와 한국GM은 두 조항을 통해 회사에서 오래 근무한 직원의 자녀를 우대함으로써 사실상 고용세습이 가능한 길을 열어 놓고 있는 셈이다. 한국GM의 한 관계자는 "장기근속자를 우대하기 위한 조항이라기보다는 업무상 재해를 당한 근로자를 위하는 데 무게 중심이 있는 조항"이라며 "이 조항을 통해 실제 채용된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현대차노조는 이날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신규채용시 정년퇴직자와 25년 이상 장기근속자 자녀의 정규직 채용을 명문화하는 내용의 단협 개정 요구안 논의를 시작하고 찬반투표를 통해 19일께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장규호 현대차 노조 공보부장은 "무조건 채용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오래 근무한 조합원이 회사 발전에 기여한 공로 등을 충분히 감안해 신규채용시 가산점을 부여하자는 의미이다. 최종 확정된 요구안도 아니고 조합원 대의기구인 대의원대회에서 찬반 여론을 알아보고 논의한 뒤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사측은 아직 노조로부터 통보 받지 못한 사안이라 내부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현대차 노조의 움직임에 대해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취업을 준비하는 김모(28)씨는 "신입사원을 많이 뽑지도 않는 상황에서 직원 자녀에게 가산점을 주면 다른 취업준비생의 진입을 사실상 제한하는 것 아니냐"며 "도저히 가고 싶어도 갈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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