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시론] 차기정부의 부동산 정책
입력2007-11-13 17:15:55
수정
2007.11.13 17:15:55
지난 몇 년간 부동산 정책에 관한 논의는 실로 백가쟁명식이었다. 정부는 30차례 이상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고 시민사회단체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각자 나름대로 집값 문제를 해결할 ‘비책’들을 쏟아냈다. 그래서 필자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부동산 정책이 최대 이슈로 등장할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현실은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진행됐다. 부동산 값이 안정되어 부동산 문제가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책이 실종되고 인물과 이념이 이슈가 되는 한국 사회의 고질병이 유독 강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리라.
대선 후보들의 부동산 정책 공약들을 검토해보면 내용이 부실하기 짝이 없고 아예 자기 공약을 만들지 않은 채 대중 영합적 구호 몇 개를 제시하는 데 그치고 있는 후보도 있다. 이러다가는 누가 집권하든 차기 정부 임기 중에는 부실 덩어리 부동산 정책이 시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부동산 문제는 올바른 철학,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추진해야 할 장기 정책, 가격을 효과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는 단기 정책, 그리고 정책의 사각지대에서 주거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복지정책이 어우러져야 해결될 수 있다. 역대 정부에서 해왔듯이 규제의 강화와 완화를 반복하는 냉ㆍ온탕식 정책에 의존하거나 한두 가지 ‘비책’만으로 집값을 잡으려해서는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차기 정부는 토지공개념을 시장친화적인 방법으로 실현하겠다는 원칙을 분명하게 세워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이 원칙을 헌법에 명기하는 것이다. 사람이 만들지 않은 토지와 소유주가 창출하지 않은 토지가치를 사유화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사유재산의 원칙에 어긋난다.
부동산 불로소득의 사적 전유(專有)를 허용함으로써 주기적으로 투기를 촉발하는 부동산 시장은 시장경제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심각하게 저해한다. 그렇다고 토지공개념을 정부 규제나 소유 제한과 같은 반(反)시장적인 방법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이 정답인데 이를 실현할 방법은 이미 나와 있다.
토지보유세를 강화하고 경제에 부담을 주는 ‘나쁜 세금’들을 감면하는 패키지형 세제개편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공유지를 비축하면서 토지공공임대제를 도입해가면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실현할 수 있다. 이것들은 부동산 경기에 관계없이 꾸준히 추진해야 할 장기 정책들이다. 차기 정부가 행여나 종합부동산세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에 역행하는 선택으로서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을 크게 후퇴시킬 것이다.
정책의 철학과 장기 정책이 아무리 훌륭하다 할지라도 부동산 값의 단기적 변동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정책의 유지가 어려워진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때 가장 부작용이 적고 효과적인 단기 대책은 미시적 금융대책, 즉 국지적 부동산 담보대출 규제이다. 참여정부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투기 억제 정책을 마련하고도 집값 잡기에 실패한 것은 이 미시적 금융대책을 적기(適期)에 시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들을 시행한다 하더라도 주거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차기 정부는 이들을 위해 세입자 보호 및 주거 극빈층의 주거 상태 개선을 위한 긴급 대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토지임대부 및 환매조건부 주택과 같은 저가(低價) 분양주택을 본격적으로 공급하는 주거복지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 나와 있는 대통령 후보 가운데는 이런 정책을 실시할 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으니 어쩌면 좋은가.
전강수<대구가톨릭대 교수ㆍ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위원장>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