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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진중함이 필요한 사회
입력2005-11-07 09:29:23
수정
2005.11.07 09:29:23
요즘 우리 사회는 조류독감(이하 조류 인플루엔자)과 줄기세포가 의료ㆍ보건 기사의 단골 메뉴가 됐다. 문제는 천편일률적인 보도 행태이다. 조류 인플루엔자의 경우 창궐하면 몇 백만명이 목숨을 잃는다는 섬뜩한 내용이고 줄기세포에 대한 기사는 모든 난치병 정복을 위한 마스터 키를 거머쥔 양 대부분 장밋빛 일색이다.
조류 인플루엔자가 확산됐을 때를 생각하면 아무리 경고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줄기세포 역시 당뇨병만 해도 국내에만 300만명 이상의 환자가 있고 그중 상당수가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언론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신뢰성 있는 많은 전문가들은 조류 인플루엔자가 국내에 퍼질 위험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들의 목소리는 ‘거리’가 되지 않아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다. 문제의 바이러스가 사람과 사람으로 전파된 사례도 아직 없다. 하지만 언론은 무슨 일이 곧 일어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 줄기세포 치료법에 대한 보도 역시 정도를 넘은 지 오래됐다는 지적이 많다. 연구 수준의 결과물이 현실에 적용 가능한 것처럼 알려지는 것은 관행이 됐다. 최근 모 대학병원에서 척수 손상과 파킨슨병에 시달리는 환자를 접수한다는 보도는 경박스럽기까지 하다.
해당 병원 측에서도 “환자 등록은 체세포를 공여받기 위한 초기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고 더구나 치료를 시작하는 것도 아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쇠귀에 경 읽는 격이다.
부풀리기ㆍ뻥튀기 보도의 피해는 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경고의 수준을 넘어 지나치게 공포감을 주거나 사실 자체를 전달하기보다는 지나치게 ‘양념’에 신경을 씀으로써 허상까지 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보건의료체계는 당국이 진중하게 시스템을 갖추도록 독려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자 책임이다. 막연하게 수백만명이 곧 죽을 것처럼 요란을 떠는 것은 설사 개연성이 있더라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보건ㆍ의료 분야에 대한 언론의 시각은 진중하고 또 진중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질병 정복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주기보다 지나친 공포감을 갖게 하거나 현주소를 착각하게 만드는 것은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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