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당시 해병대 소속으로 서울을 수복해 중앙청에 태극기를 게양했던 박정모(사진) 예비역 대령이 6일 오전 11시40분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4세. 1926년 전남 신안군 도초면 한 섬에서 3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난 고인은 1944년 일본 후쿠오카 오리오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의 명령으로 이듬해 1월 다나베 해병단에 입대했지만 그해 8월15일 일본 천황의 항복방송을 듣고서 부대를 탈출해 밀선을 타고 귀국했다. 대한민국 해군에 다시 입대한 고인은 1948년 제주 4.3사건과 여순사건 등의 작전에 참가했고, 6.25전쟁 발발 직전인 1950년 1월 해병 소위로 임관했다. 6.25 개전 사흘 만에 서울을 빼앗기고 낙동강까지 밀렸던 전쟁 초기 해병 소대장으로 9.15 인천상륙작전에 참가해 열이틀 만인 1950년 9월27일 오전 6시10분에 중앙청 옥상에 걸려있던 인공기를 걷어내고 태극기를 달았다. 이튿날 국군은 수도 서울을 완전히 되찾으며 전세를 뒤집었다. 당시 태극기 게양을 두고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은 “세인에게 알려지지 않은 숨은 공훈”이라는 요지의 표창장을 한국 해병대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고인은 금곡전투와 원산상륙작전, 화천댐 탈환작전 등에서 공을 세워 1952년 대위로 진급하고서 연대 작전장교로 전투에 참여했다. 1961년 7월 대령으로 예편한 고인은 을지무공훈장과 충무무공훈장, 화랑무공훈장, 국방부 장관 표창 등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애길 여사와 박석용 서울예술단 수석지도위원 등 1남3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 강남성모병원 301호실(02-2258-5979)에 차려졌고 발인은 8일 오전 8시. 장지는 대전 국립현충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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