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의원과 김 전 총리는 17일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화한 후 첫 회동을 가졌다. 이날 회동은 정 의원이 김 전 총리의 경선캠프가 자리한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을 직접 방문해 이뤄졌다.
두 사람은 서로 덕담을 건네며 대화를 시작했다. 정 의원을 맞은 김 전 총리는 "정 의원께서 7선을 지내는 동안 여러 어려움을 뚫고 정치를 지속해온 것을 보니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며 "아름다운 경선을 통해 좋은 후보를 선출하고 본선에서 꼭 이길 수 있도록 하자"고 인사를 건넸다. 정 의원 역시 "김 전 총리께서 지금까지 (좋은) 능력을 보여주셨기 때문에 기대가 된다"며 "저희들이 이번 경선과정에서부터 원칙과 상식에 맞고 합리적인 경선이 되도록 노력하자"고 화답했다. 특히 두 사람은 서로의 개인적 친분을 강조하며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끼리의 '소맥(소주·맥주) 파티'를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10여분간 진행된 공개 회동에서의 화기애애한 분위기와는 달리 비공개 만남에서는 경선 방식 및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 논란을 두고 양측이 날 선 공방을 벌였다.
비공개 회동에 배석한 김 전 총리 측 이성헌 전 의원에 따르면 정 의원은 권역별 순회 경선 방식에 대해 "인터넷 시대인데 사람을 많이 모아서 경선하는 게 꼭 좋은 것인지 모르겠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 전 의원은 "권역별 순회 경선이 상향식 공천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다"고 말하며 경선 방식에 대한 분명한 입장 차를 확인했다.
김 전 총리가 친박근혜(친박)계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박심' 논란과 두고서도 양측은 미묘한 신경전을 펼쳤다. 친박계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대거 김 전 총리 캠프에 합류한 것과 관련, 정 의원 측에서 "청와대가 밀어준다는 식의 이야기가 나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전달하자 이 전 의원은 "원외 당협위원장들 다수가 지지해서 김 전 총리가 출마한 것이지 청와대가 밀어서 나온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세 후보 중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이 최고위원은 정 의원과 김 전 총리 양측에 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친박 주류가 김 전 총리를 지원한다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 "당에서 경선 흥행을 위해 모든 분에게 출마를 요청한 것인데 김 전 총리는 마치 본인에게만 한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 최고위원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 1위를 기록한 정 의원에 대해서도 "경선에서 여론조사 비중은 20%밖에 안 되고 80%는 당심에 의해 결정되는데 당심은 저에게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