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가 이처럼 각국에 사과하면서도 정작 가장 큰 고통을 당한 우리나라 징용 피해자에게 일절 사과하지 않는 것은 머리티얼 계열사인 미쓰비시중공업이 현재 한국인 강제동원 피해자와 손해배상 책임을 두고 소송 중이기 때문일 것이다. 미쓰비시는 한국인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해 "법적 상황이 다르다"며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개인에 대한 배상 책임은 소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일 청구권 협정은 양국 간 재정적·민사적 채권·채무관계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개인 청구권에까지 적용되느냐에 대해서는 여전히 분쟁의 소지가 있다.
더구나 한국인 징용자는 식민지가 아닌 다른 국가 노동자 포로와 법적 지위가 다르다는 일본 측 주장도 이해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일본의 논리대로 하더라도 강제노동은 내외국민을 불문하고 강제노동일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 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은 11건이다.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일본 기업들은 한일 청구권 협정을 들먹거리며 소송을 질질 끌고 있다. 이번 중국인 강제노동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함께 이뤄진 피해보상 합의 역시 중국 내에서 소송 중인 중국 내 피해자 측과 합의한 것으로 정부 간 협상은 아니다. 한국과 비교할 경우 변명의 여지가 없는 차별적 조치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강제노동 피해자들의 배상 문제에 대한 이런 식의 대응은 결국 양국 간 감정의 골만 더욱 깊게 할 뿐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