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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대못 규제] <2> 성장판 닫힌 의료산업

의료관광 수요 넘치는데 … 집단이기에 영리병원 10년 이상 헛바퀴

U헬스케어도 의료계 반발로 실행까지 험로 예고

밥그릇 싸움보다 의료질 향상·수익 창출 힘모아야

#1. 2012년 우리나라 병원 239곳이 경영악화 등의 이유로 문을 닫았다. 전체 병원 수(2,837곳) 대비 폐업률은 8.4%에 이른다. 폐업 병원 수는 2009년 160곳, 2010년 191곳을 기록한 뒤 2011년 114곳으로 일시적인 하락세를 보였지만 2012년 다시 200곳을 넘어서며 의료계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각종 규제로 수익기반이 부족한 상황에서 의료법인의 경영난이 심각해지고 있다"며 "이는 의료·사무직 직원 감축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의료의 질 하락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2. 지난해 600병상 규모의 영리병원인 송도국제병원이 들어설 예정이었던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부지는 여전히 빈 땅으로 남아 있다. 외국자본에 한해 외국인 전용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하는 경제자유구역법이 2002년 12월 제정됐지만 세부규정 법안 마련이 지연되고 다른 병원들과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이어지며 10년 넘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 자본 투자를 허용하는 영리병원 논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에서 부가가치가 높고 고용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 산업은 앞으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의료산업은 금융과 법률·컨설팅 등과 더불어 서비스 산업의 중심축으로 꼽힌다. 그러나 앞선 사례처럼 높은 규제장벽과 의료계 내 집단이기주의에 부딪히며 의료 서비스 산업은 제 힘을 못쓰고 있는 상황이다.

규제로 성장판이 막혀 있는 대표적인 부문은 영리병원(투자개방형 의료법인) 허용 문제다. 우리나라는 학교법인·의료법인 등 비영리법인만이 병원을 설립·운영할 수 있으며 모든 의료기관은 자동적으로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다. 의료행위가 갖는 공공성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고 의료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자유롭게 투자를 받고 서비스의 질과 가격이 높은 첨단의료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영리병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왔다. 2002년에 이르러서야 인천 송도, 제주특별시 등 자유경제구역에 한해 영리병원을 세울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공전을 거듭했고 그러는 사이 송도에 대형 국제병원을 지을 예정이었던 뉴욕장로병원·존스홉킨스병원 등은 떠나갔다.

정부가 지난달 영리병원의 차선책으로 꺼내든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목적 자회사 설립 허용'도 발표되자마자 의료민영화 딱지가 붙어 난항 중이다. 현재 의료법인은 고유목적 사업인 의료사업에 전념해야 한다는 측면에 중점을 둬 정책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법인이 자회사를 통해서 제한적으로나마 각종 부대사업을 벌이면 병원의 경영난도 해소하고 일자리 창출도 확대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의료법인과 달리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 등 학교법인은 자회사를 세워 다양한 수익사업을 벌이고 있어 형평성에 맞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고려됐다. 그러나 이 방안 역시 영리병원이나 의료민영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발에 부딪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법인의 자회사가 할 수 있는 부대사업 종류를 제한하고 자회사 수익을 본업인 의료에 80% 이상 재투자하도록 보완장치를 뒀지만 막무가내로 반대하고 있어 정책 추진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U헬스케어(U-Healthcare) 역시 규제에 발목이 잡혀있다. U헬스케어란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진단과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는 원격의료 서비스를 말한다.



원격의료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뿐 아니라 IT·의료기기·제약·바이오·소프트웨어 등 각종 산업에도 파급 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에 미래 전망이 가장 밝은 먹거리사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환자 편익도 커진다. 복지부가 2008년부터 일부 지자체에서 원격의료 서비스 시범사업을 펼친 결과 1인당 1년간 절감되는 편익이 보령 227만원, 영양은 97만원, 강릉 27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기대가 큰 원격진료 기반 U헬스케어사업은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금지한다는 의료법 규제에 막혀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가 원격진료는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키우고 전통적인 대면진료를 무너뜨린다며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이달 내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킬 계획이지만 의료계가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어 실제 시행까지는 험난한 일정이 예상된다. 또 정부가 밝힌 법인 약국 허용 방침에 대해서는 약사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보건의료를 비롯한 5대 유망 서비스 업종에 대한 규제완화 대책을 신속히 이행하겠다고 약속한 데 이어 7일에도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에게 "공공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라면 의료와 관계된 여러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본격적으로 의료서비스 산업 육성이 가시화하는 듯하지만 야당과 의사협회,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거세 여전히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미 총파업을 원칙적으로 결의하고 오는 11일 출정식을 통해 파업 방식과 규모, 시기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민주당도 "박 대통령이 의료 영리화를 강행하려고 한다"며 의료 규제 해소 방침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병원협회 관계자는 "의료 규제가 완화되면 새로운 시장과 산업이 생기고 양질의 일자리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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