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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易地思之 대 黨同伐異
입력2005-01-12 16:30:33
수정
2005.01.12 16:30:33
김세호 <건설교통부 차관>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늘 선택에 직면한다. 하물며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정부정책의 경우는 여러 정책대안 중에 최적의 대안을 선택하는 과정이 불가피하게 내재된다. 선택의 대상은 다르지만 선택 자체를 피할 수는 없는 것이다.
흔히 선택은 제로섬게임으로 인식된다. 다른 사람의 대안이 채택되면 나의 가치나 이익이 희생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다르게 본다. 지금 시점에서 최선인 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질 수 있고 내 관점에서 최선인 것도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즉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시각에서 보면 선택은 내가 이기고 남이 죽는 것이 아니라 나와 남이 함께 살 수 있는 ‘조화로운 선택’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늘 이러한 ‘조화로운 선택’에 실패하는 일이 많다. 천성산 터널이나 새만금 문제만 해도 그렇다. 대부분 총론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각론에서 대립해 총론 자체가 부정된 경우다. 논의되는 각론에서 한발 물러나 양보와 타협을 했다면 총론 자체가 부정되지 않았고 그만큼 국가적 손실도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환경을 보전하고 지역 슬럼화 방지 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당연한 만큼 주거복지 향상도 매우 중요한 국가의 책무이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자연환경을 보호할 뿐 아니라 지역 슬럼화를 방지하면서 살기 좋은 국민임대주택을 건설할 것인지에 대해 지역주민ㆍ시민단체ㆍ지방자치단체ㆍ정부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에서 다같이 노력할 경우 각자의 입장을 모두 살리는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역지사지는 말 그대로 처지를 바꿔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정부가 임대주택을 짓는 곳은 개발제한구역 중에서 보전가능성이 낮아 해제될 지역이다. 정부도 개발제한구역에서 국민임대주택을 건설하면서 이러한 환경적 가치나 슬럼화의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환경적 가치를 위해서 무조건 개발에 반대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정부가 건설하려는 주거단지를 좀더 쾌적하게 개발해 자연과 조화되는 지속 가능한 도시로 가꾸는 노력에 동참한다면 결과적으로 서로의 입장을 살리는 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자신의 입장에서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특정 논리만을 집단적으로 주장하게 된다면 그것은 당동벌이(黨同伐異)식 사고방식에 불과할 뿐이다.
우리가 환경적 가치와 주거복지의 가치 중 어느 것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선택해야 한다면 그것은 역지사지(易地思之)와 당동벌이(黨同伐異)식 사고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역지사지를 선택한다면 우리의 선택은 더이상 제로섬게임이 아닌 모두에게 유익한 ‘조화로운 선택’이 될 것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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