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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법 여파로 꽉 막힌 정국] "여 정치력 발휘, 야는 의회민주주의 존중하라"

■ 중진 의원·전문가 해법 제안

정부·여권 불신도 커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민생법안 볼모 안돼… 야권서 유족 설득 필요

유족도 투쟁보다 진실규명 보며 의견표명을

여야 중진 의원들과 전문가들은 꽉 막힌 세월호 정국에 대해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적극적인 정치력 발휘와 야당의 의회민주주주의 존중을 동시에 주문했다.

특히 여야가 천신만고 끝에 마련한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안이 유족들의 반대로 표류하며 정국 파행이 이어지고 있어 이제는 대통령을 포함한 여권이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유족이 여야의 재합의안을 반대하는 것은 여권에 대한 불신과 불통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유족 설득에 한계를 드러낸 야당에만 일을 맡겨서는 정국의 실타래가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선 야당은 유가족의 의견을 수렴하되 유족에게 끌려가며 우왕좌왕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세월호 특별법과 함께 처리해야 할 민생·경제활성화법안과 국가혁신법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장기간 국회가 파행되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낭비이기 때문이다. 국회는 지난 5월2일 본회의 이후 아직까지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야권이 의회민주주의를 무시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을 국민이 공감하고 있는 것과 유족이 제시한 특별법이 옳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여야의 합의를 두번이나 장외세력에 의해 파기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새정치민주연합은 유족과 정당의 운명을 같이하겠다고 선언하거나 여야의 합의를 따르는 길 두 가지밖에 없다"며 "유족이 국민 전체의 의사를 대변하는 것이 아닌 만큼 최소한 민생법안과 특별법은 분리처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 의원들은 야당의 합의안 존중을 주문했다.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세월호 특별법 문제를 가지고 다른 민생·경제법안을 보이콧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야당이 용기 있는 결정으로 이번 (재)합의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당정치·의회정치는 국민을 대표하는 것이지 특정 단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유가족의 요구는 법치주의의 간판을 내리지 않으면 불가능한 요구인 만큼 야당이 책임 있게 유가족을 설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은 "세월호 참사가 원칙을 경시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인데 이를 위한 특검에서 원칙을 뛰어넘을 수야 있는가. 법 테두리 내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여당에 대해서도 쓴소리가 쏟아졌다. 여당이 비록 야당의 재합의 요구를 받아들여 상당 부분 양보했지만 여전히 유가족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는 점을 반성하고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아직까지 진도 팽목항에 다녀오지 않은 것을 비롯, 이완구 원내대표와 주호영 정책위의장이 잇따라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비유하는 등 유가족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더욱이 일부 의원들은 유가족을 노숙자에 비유하는 등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5월19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눈물을 흘리며 세월호 희생자의 이름을 부르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약속했으나 이후 유족의 면담 요구도 거부하는 등 3자의 입장에 머물고 있다.

정병국 의원은 "새누리당이 가족들에게 더 불신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에 이 짐을 일방적으로 떠넘겨서는 안 된다"면서 "당 지도부가 나서서 유가족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지만 서울 광화문에서 단식투쟁 중인 김영오씨가 박 대통령에게 면담을 신청한 것과 관련해 "국회와 법의 문제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나설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설훈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의 제안처럼 여당 몫 추천위원을 유가족이 선택하는 방식으로 새누리당이 양보해야 한다"며 "돌파구는 여권이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현행 제도의 큰 틀 안에서 특별법을 해야 한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은 옳다"며 "만약 여당이 추가로 양보를 했음에도 유족들이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이것은 야당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여야가 공격, 수비하고 밀고 당기고 할 문제가 아니고 국민 전체의 안전에 관한 일"이라면서 "(다만) 세월호에 대한 수습 책임이 정부와 집권여당에 있는 만큼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차라리 여당이 대승적으로 진상조사위원회에 국회 몫의 특검 추천권을 주는 정치적 결단을 하는 방안도 있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유가족들도 정치권에 대한 불신의 벽을 잠깐 내려놓고 진실규명을 지켜보며 추가로 의견을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제언도 있었다. 익명을 원한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은 "정부의 무능으로 자식을 잃은 가족들의 애타는 심정을 절절히 이해한다"며 "다만 이제는 유가족들도 극한 투쟁보다는 제도권의 진실규명 과정을 보면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게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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