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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걱정되는 'BT 거품'

임웅재 <정보산업부 차장>

‘황우석 신드롬’의 영향으로 바이오기술(BT) 업체에 투자하거나 거꾸로 우회상장의 마당 역할을 하는 코스닥 상장기업들이 크게 늘고 있다. 올 2ㆍ4분기 이후 BT업체에 출자하기로 공시한 코스닥 기업은 대략 30개 안팎. 이중 상당수는 기업실적이나 객관적인 성장성이 떨어지는 BT업체들을 들러리로 세워 머니게임에 악용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실제로 적잖은 기업들이 바이오기업 투자공시 이전에 주가가 급등세를 탔다가 공시와 함께 주가가 급락, 종전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상장사들이 출자를 통해 확보한 BT업체의 지분율이 20%에도 못 미쳐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문제다. 상장사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거나 우회상장을 추진하는 BT업체들은 대부분 설립된 지 5년 이상 되고 어느 정도 연구개발(R&D) 성과를 낸 곳들이다. 하지만 추가 R&Dㆍ생산ㆍ판로개척 등에 필요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거나 투자자금을 회수하려는 벤처캐피털 등의 성화를 못 이긴 경우가 많다. 상황이 이런데도 상장사들은 투자한 BT업체들이 개발 중인 제품의 세계시장이 수천억~수조원 규모에 달한다거나 조만간 시판할 예정이라는 ‘과장ㆍ사기성 홍보’에 열을 올리는 경우가 적지않다. 이 같은 전망이 성사되려면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들여 동물ㆍ환자 등을 대상으로 유효성ㆍ안전성을 검증받아야 하고 해외진출 장벽도 무척 높지만 이런 사실은 무시되기 일쑤다. 이 같은 모럴해저드는 제약회사나 자력으로 코스닥에 진출한 BT업체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난다. 항암치료로 적혈구가 파괴된 빈혈환자 등의 치료에 쓰이는 EPO를 분비하는 형질전환 복제돼지 생산에 성공했다는 발표로 ‘바이오 대장주’에 오른 조아제약도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의약당국의 시판허가를 받으려면 ‘험난한 가시밭길’을 통과해야 한다. 지난 7월 말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제대혈(탯줄혈액)은행 1위 업체인 메디포스트의 주가는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등 기대감에 힘입어 주가가 8만원(액면가 500원) 근처까지 올랐다가 19일 5만6,200원까지 떨어지면서 거품이 빠져가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75억원에 1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이런 묻지마식 투자와 작전이 계속된다면 BT산업은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BT산업을 머니게임에 악용하는 세력을 솎아내는 감독기관의 내실화와 ‘과대포장의 유혹’에서 벗어나려는 BT업체들의 자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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