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의 처지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런 입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정부가 새로 제시할 연비 기준은 단순한 목표가 아니라 생존의 최소 조건이기 때문이다. 고유가가 고질적으로 자리잡은 마당에 고연비 자동차를 개발하지 못한다면 성장은커녕 살아남기조차 어려운 시대다. 굳이 멀리 볼 것도 없다. 당장 올 상반기 중 국산차 매출이 줄어든 반면 수입차 판매가 크게 늘어났다. 수입 하이브리드차에 국내시장마저 내주는 위급상황에서 고효율ㆍ저연비차 개발만이 살 길이다.
정부도 목표를 정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각종 지원책 마련에 나설 필요가 있다. 첨단기술 개발과 인력양성, 부품산업 육성에 이르기까지 일관적인 지원체계가 요구된다. 주지하듯이 자동차 산업은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는 엔진과 같은 존재다. 지난해 자동차 산업의 무역수지 흑자는 전체 흑자의 두 배에 이른다. 전후방 관련산업이 내는 세금은 38조원이 넘는다.
자동차 업계는 정부가 내걸 기준을 뛰어넘는 기술개발에 나서야 한다. 일본과 독일은 이미 리터당 36~111㎞의 초고연비 승용차가 연내시판을 앞두고 있다. 중국의 하이브리드 기술발전도 눈부시다. 국산차라는 이유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시기는 지났다. 젊은 층의 20%가 저연비 수입차를 선호할 만큼 내일이 보이지 않는 판국에 노사가 다툴 여력도 없다. 연비개선에 한국 자동차 산업이 죽느냐 사느냐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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