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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최근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4분기 순익이 반 토막 나며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지만 거액의 보너스 잔치를 벌였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 뿐만이 아니라 다른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앞다퉈 보너스 잔치를 벌일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민들의 분노는 거세지고 있다. 금융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미국인은 가구당 평균 10만 달러 이상의 손해를 입었고 500만 명이 넘는 미국인들이 직장을 잃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 정치경제학자인 로버트 라이시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왜 경제불황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서민이 감당해야 하고 경제적 보상을 상류층이 독식하는지 살펴봤다. 라이시 교수는 "지난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촉발된 금융 위기의 근본 원인은 증가일로에 있는 소득과 부의 격차"라며 "소득불균형 심화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지 않으면 위기는 반복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장관을 지낸 저자는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가 경제적 혜택이 극소수에만 집중되는 시기와 중산층이 번영을 폭넓게 공유하는 시기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 자본주의 1단계(1870~1929년)는 수입과 부가 점차 집중되는 시기였고 2단계(1947~1975년)는 번영이 폭넓게 공유되던 시기였으며 3단계(1980~2010년)는 부가 다시 집중되던 시기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1970년대 말 미국의 최상위 부유층 1%가 전체 국민 소득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은 9%에 못 미쳤지만 부가 점차 소수에게 집중되면서 지난 2007년 최상위 1%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3.5%에 달했다. 저자는 현대 경제가 마치 1928년 대공황 직전의 모습과 흡사하다고 주장한다. 수치와 주가로는 성장하는 금융경제와 그 이면에서 보이지 않지만 점점 쇠퇴하고 있는 실물경제의 엄청난 괴리는 점점 더 깊은 골을 형성하고 있다. 기업은 갈수록 부유해지지만 개인은 갈수록 가난해져 간다. 문제는 21세기 초 대공황은 미국에만 커다란 직격탄을 날렸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작된 대불황은 전세계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더욱 교묘해진 대불황은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 연합이 붕괴 위험에 처한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상반된 현상을 일으키며 혼란을 야기한다. 저자는 "경제의 왜곡 상황인 소득 불균형의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성장을 견인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경제가 스태그네이션(장기간 저조한 경제 성장)에 빠질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분배의 불균형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저자는 현재 중산층은 물론 저소득층에게도 경제 성장의 혜택이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대안 9가지를 제시한다. 그 내용은 ▦정부가 월급에서 세금을 떼어가는 것이 아니라 현금을 보태주는 '역소득세' 정책 시행 ▦석탄이나 석유가 등 화석 연료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에 따른 탄소 세금 부과 ▦부자들의 한계세율 인상 ▦실업 대책이 아닌 재고용 대책 수립 ▦소득 수준에 따른 학교 바우처 제도 시행 ▦학자금 대출과 향후 소득의 연계 등이다. 이 책에는 한국에 대한 조언도 담겼다. "한국은 세계 중요 국가 경제 가운데 평등 지수가 가장 높은 국가에 속하지만 점차 소득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며 "중산층과 저소득층에게 돌아갈 경제적 혜택을 늘려야 한다"고 저자는 충고했다. 1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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