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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외교부와 농림부의 '엇박자'
입력2005-12-14 16:27:43
수정
2005.12.14 16:27:43
홍콩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 참석 중인 김현종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4일 미리 배포한 기조연설문에 “농업을 포함해 일부 민감한 부분이 있지만 협상 진전을 위해 신축적일 용의가 있다”고 적었다.
민감한 농업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린 것이다. 그러자 기자단 사전 브리핑 과정에서 “공산품을 위해 농산물을 희생하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민감한 시기인데 농민들이 가만히 있겠느냐”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에 외교부는 “다시 검토하겠다”고 돌아가더니 한시간 만에 “협상 진전을 위해 신축적일 용의가 있다”는 문구를 빼고 교묘하게 연설문을 다시 만들어 배포했다. 꼭 기자단의 문제 제기가 아니었더라도 검토하면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 같아 관련 부분을 삭제했다고 김 본부장은 관계자를 통해 해명했다.
그러자 곧이어 더 큰 문제가 터졌다. 외교부와 WTO 협상에 공동대표로 참여하고 있는 농림부가 김 본부장의 연설문 초안 작성에 참여하면서 문제의 부분을 확인하고 외교부에 고치자고 이미 제안했다는 것이다.
결국 전후 사정을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문제의 연설문’은 기자 브리핑 전 외통부와 농림부가 함께 검토하면서 농림부가 “농업 등에 신축적일 용의”라는 표현은 그렇지 않아도 성난 농심(農心)을 더욱 들끓게 할 수 있으니 삭제하자고 제안했다. 외교부는 이에 “외교적 수사일 뿐”이라며 초안 문구를 그대로 밀고 갔다.
그러나 국내 언론이 이를 한국 농업과 농민에게 중대한 뉴스로 여겨 현지발로 긴급히 보도하고 비중 있게 다루려고 하자 양 부처는 결국 연설문 내용을 정정한 것이다.
농림부는 외교부의 눈치만 보다 한국 시위대 1,500여명이 모여 있는 일촉즉발의 홍콩 도심에 불을 지를 뻔했고 외교부는 협상에만 몰두해 타 부처의 중요한 정치적 상황을 간과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손바닥 뒤집듯 하는 당국자들의 ‘가벼운 처신’으로 정부에 대한 농민의 불신은 더 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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