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어머니'로 한국적 어머니상을 연기해온 원로배우 황정순씨(사진)가 17일 별세했다. 향년 89세.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2010년과 지난해 9월 지병으로 입원했고 최근 요양병원에 머물다 폐렴이 악화돼 서울성모병원으로 옮긴 뒤 이날 오 9시45분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15세이던 1940년 동양극장 전속극단인 '청춘좌'에 입단했고 이듬해 허영 감독의 '그대와 나'로 영화에 데뷔했다. 평생 출연한 연극만 200여편, 영화는 430여편에 이른다.
데뷔 이후 연극에 주력하던 황정순은 1956년 김소동 감독의 영화 '왕자호동과 낙랑공주'에 조연으로 출연했고 '숙영낭자전' '사랑' 등에 잇달아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유현목 감독의 '인생차압', 홍성기 감독의 '청춘극장' 등에서 개성 있는 연기로 주목을 끈 고인은 강대진 감독의 '박서방' '마부', 유현목 감독의 '김약국의 딸들' 등에서 자상하고 다정다감하지만 때로는 엄격한 어머니의 모습으로 '한국적 어머니상'을 보여줬다. 특히 1967년 배우 고(故) 김희갑과 함께 부부로 출연한 '팔도강산' 시리즈가 폭발적 인기를 얻으며 따뜻한 모성애를 가진 '국민 어머니'로 자리 잡았다.
고인의 연기 열정은 노환도 막지 못했다. 1999년에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무대에 올라 연극 '툇자 아저씨와 거목'에 출연했다. 상도 많이 받았다. 1957년 이강천 감독의 '사랑'으로 제1회 한국평론가협회상 최우수여우상을 받았고 제1회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도 거머쥐었다. 대종상 여우조연상을 네 차례 수상하며 역대 여우조연상 최다 수상자로 이름을 남겼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발인은 20일, 장지는 남양주 모란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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