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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먼사태 1년 (정치)] "온건개혁·진보적 보수로…"
입력2009-09-01 17:43:53
수정
2009.09.01 17:43:53
■ 세계는<br>각국 리더십도 변화 추세<br>극단적 시장주의 끝나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지난 1년간 세계의 정치 흐름은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올 초 미국에서는 사상 최초로 흑인 출신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했고 일본에서는 지난 8월30일 하토야마 유키오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이 총선에서 자민당을 대파하고 신일본 건설의 기치를 높이 들었다.
글로벌 정치 흐름의 변화는 비단 인물 교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 리더십 자체가 극단주의에서 중도통합을 표방하는 온건 개혁주의(Reform-minded centrism), 또는 진보적 보수주의로 급변한 것이다. 이는 경제적 측면에서 지난 30년간 글로벌 경제를 풍미해왔던 자율과 시장 개방에 기초한 신자유주의의 종언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피도 눈물도 없는’ 극단적인 시장주의나 무조건적인 평등을 강조하는 편협한 좌파적 이념은 이제 역사적 유물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2001년 뉴욕의 9ㆍ11사태를 계기로 ‘악의 축’ 발언을 통해 테러국들과의 전쟁을 불사했던 조지 W 부시 정권도 끝내 무대를 떠났다. 그가 집권 8년간 남긴 것은 수만명의 이라크ㆍ아프가니스탄 전쟁 사상자와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고 하는 금융위기 속에 신음하는 미국 중산층의 애절한 신음소리였다. 미국식 자존심을 살리기 위한 그의 몸부림은 이제 경제 재건과 중산층 살리기를 표방한 ‘정치 신인’ 오바마에게 바통을 넘겨야 했다.
글로벌 정치무대에서의 변화는 비단 어느 특정지역만의 일이 아니다. 그것은 미국과 아시아에 앞서 이미 유럽에서 하나의 시대적 조류를 형성해왔다.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중도우파 출신이면서도 좌파적 정강정책을 대폭 수용하며 복지자본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며 장기집권의 기반을 닦고 있다.
6월 실시된 제7기 유럽연합(EU) 의회선거가 ‘우파 승리, 좌파 몰락’으로 막을 내린 것도 그가 추구해온 중도통합 정치의 성공을 의미한다. 그는 주요20개국(G20) 등 국제무대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독일 등 유럽국들과 손잡고 미국식 자본주의가 남긴 시장주의에 대한 대수술을 주도하고 있다.
이 같은 경향은 독일도 마찬가지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역시 우파 출신이기는 하지만 사민당과의 제휴를 통해 좌파적 정책을 대거 수혈 받았다. 그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와중에서도 뚝심 있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이 같은 그의 유연한 정책이 좌파적 성향이 강한 독일 국민들을 달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장 많은 곤욕을 치른 것은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다. 그는 토니 블레어의 뒤를 이어 노동당 집권 2기를 떠맡았지만 재정적자의 급증과 파운드화의 가치 하락으로 지난 수년간 금융 부문에 특화해온 영국경제의 처참한 몰락을 지켜봐야 했다. 그의 실정으로 집권 노동당은 6월 EU 의회선거에서 제1야당인 보수당뿐 아니라 반EU 성향의 극우정당인 독립당에도 밀려 3위로 처지는 굴욕을 당했다. 이 때문에 1년도 채 남지 않은 차기 총선에서 그의 퇴출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이와 달리 같은 좌파라도 남미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아직까지 건재한 가장 성공적인 남미의 지도자로 꼽힌다. 2002년 외환위기의 와중에 집권한 그는 유연한 노동자 정책 및 경기부양 정책으로 최근까지 국민 지지도 80%를 웃돌며 브라질을 중국과 함께 가장 유망한 브릭스 국가의 일원으로 키웠다. 내년 임기 만료를 앞두고 벌써부터 그를 위해 삼선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올 정도다.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정치가 가야 할 길은 명백해졌다. 전문가들은 국가 간 공조를 통해 경기침체의 장기화를 방지하는 한편 어려움에 처한 국민들을 위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빈곤층과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복지국가의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것이 현재 세계정치의 추세이고 이를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응용할 줄 아는 정당과 정치인만이 집권의 영광이 따르는 미래가 있을 것이라는 충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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