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찬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두 선박에 각각 인질들 100여명이 잡혀 있다. 양쪽 선박 어딘가에는 폭탄이 설치돼 있고 이를 폭파시킬 수 있는 스위치는 양쪽 인질들이 하나씩 갖고 있다. 문제는 그 스위치가 상대편 폭탄에 맞춰져 있다는 것. 납치범은 10분 내에 스위치를 누르지 않으면 양쪽 다 폭탄이 터질 것이라고 말한다. 상대편 선박을 먼저 폭파시킨다면 살아남을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양쪽 다 죽을 위험이 있는 상황에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2008년 개봉한 영화‘다크나이트’의 한 장면이다. 실제 영화 속에서 양쪽 선박에 탄 사람들은 처음엔 서로 스위치를 누르자고 아우성치다가 결국에 아무도 스위치를 누르지 않는다. 그리고 예상과 달리 폭탄은 터지지 않았다. ‘배려’와 ‘경청’ 등 자기계발 소설을 써온 저자가 그 완결편이라 할 수 있는 ‘’을 출간했다. ‘마중물’은 순 우리말로 메마른 펌프에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먼저 붓는 한 바가지 정도의 물을 뜻하는 말이다. 상대방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신뢰의 물 한 바가지를 붓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내가 신뢰의 마중물을 먼저 부으면 고여 있던 샘물이 솟아올라 물줄기가 되듯 사람들 사이의 신뢰가 강물을 이루게 된다는 의미다. 서로 상대방을 믿고 폭탄을 터뜨리지 않았던 영화 속 사람들처럼 말이다. 책은 정수관련 전문업체를 운영하던 류 사장이 아버지가 남긴 기밀파일의 암호를 풀기 위해 아버지의 과거 행적을 쫓는 과정을 그린 소설 형식의 자기계발서다. 류 사장이 비밀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직원들 개인의 이익과 회사 전체 공동의 이익 사이의 대립을 극복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임을 깨닫고 이를 위해 자신이 먼저 붓는 물 한 바가지인 ‘마중물 정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책은‘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처럼 쉬운 이야기를 통해 중요한 가치에 대해 설명하는 형식으로 되어있어 읽기에 부담이 없다. 이런 종류의 책들이 그렇듯 다소 유치한 느낌이 들 정도로 교훈적이기는 하나 역으로 쉽고 재미있게 교훈적인 내용을 전달한다는 데서 장점이라고 할 수도 있다. 저자는 류 사장과 직원들 사이의 갈등과 불신을 통해 기업 내에서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 지 강조한다. 또 무한 경쟁 시대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신뢰’라는 가치가 진정한 성공과 행복한 삶을 얻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임을 역설한다. 1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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