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회복기에 접어든 자동차 업체들이 앞다퉈 공장 증설에 나서면서 수요가 공급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직전과 마찬가지로 수년 내 시장에 공급과잉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 경기회복세에 근거해 북미 시장에서 잇달아 증산에 나서면서 북미 자동차 시장의 생산능력은 오는 2016년 약 2,000만대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혼다와 마쓰다는 멕시코에 공장을 신설하고 있고 도요타와 GM도 기존 공장에 신규 투자하는 방식으로 생산설비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북미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7.6% 증가한 1,560만대에 그쳤고 올해 판매실적도 1,600만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수요와 공급 사이에 수백만대의 격차가 발생하면서 재고과잉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WSJ는 "가동률이 생산능력 대비 80% 이하로 떨어질 경우 손실을 보는 것이 자동차 업계의 상식"이라며 "공급과잉 우려에 직면한 업체들이 다시 출혈 가격경쟁을 벌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업계 일각에서는 경기회복이 본격화하면서 더 많은 생산시설이 필요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온다. 하지만 업체들의 과열경쟁이 지나친 가격인하 등으로 이어진다면 회복기에 접어든 글로벌 자동차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세르조 마르키온네 크라이슬러 최고경영자(CEO)는 "업계는 무절제한 가격정책 대신 수출 등 신규 수요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형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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