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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정태 사태' 재발 안되게

[사설] '김정태 사태' 재발 안되게 금융감독위원회가 국민은행의 회계기준 위반과 관련, 김정태 국민은행장에 대해 문책적 경고처분을 확정했다. 현직 은행장이 이런 수준의 중징계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달 말 임기만료를 앞둔 김 행장은 연임이 불가능해 졌다. 지난달 증권선물위원회가 국민은행이 회계 기준을 위반했다며 중과실 3단계 판정을 내렸을 때 이미 예상된 수준이기는 하나 현직 은행장이 불명예스럽게 퇴진하게 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고쳐야 할 것이 적지 않다. 금감위가 위반사항을 발견, 규정에 따라 제재를 한 자체는 탓할 일이 못 된다.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한다는 확고한 입장은 옳은 것이다. 그러나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려면 무엇보다도 처벌 근거가 명확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국민은행이 합병 전 국민카드의 대손충당금을 회계기준과는 다른 방법으로 임의로 환입해 손실을 늘려 세금을 적게 냈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은행은 회계법인의 자문과 국세청의 질의응답을 받아 처리한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회계처리와 관련해서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리는 가운데 중징계를 내리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회계기준이 이처럼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면 앞으로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당국은 합병관련 회계기준뿐 아니라 모든 애매 모호한 회계 및 감독 기준을 차제에 정비해야 할 것이다. 법과 원칙을 지키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정도를 지키는 처리 절차다. 국민은행이 회계기준에 위배되는 점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점을 밝히기 위해 은행 검사과정에서 입수한 내부문건을 공개하는 것은 외국 금융기관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감위의 최종 결정이 나기도 전에 미리 주주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김 행장의 퇴진을 기정사실화해 신관치금융 시비를 불러일으킨 것도 신중하지 못했다. LG카드 사태 때 시장원칙을 고수해 미운털이 박혔다는 일부의 지적이 맞다면 앞으로 은행장들이 당국의 눈치를 보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외환위기라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배운 것이 관치금융으론 안 된다는 것이다. 은행이 시장원리보다 관료들의 입김에 휘둘리면 금융산업의 선진화는 요원하다. 이헌재 재경부 장관이 앞으로 금융시장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을 자제하는 반면 사전 감독을 강화하고 위기를 초래한 금융기관은 시장원리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힌 것은 시의 적절하다고 본다. 은행장의 퇴진까지 몰고 온 이번 사태가 금융시장에서 시장원리를 지키는 원칙이 강화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입력시간 : 2004-09-1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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