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폭염, 중국의 폭우 등 세계적인 기상이변으로 인해 농산물 작황이 악화되면서 밀 가격이 한달새 50%나 폭등하는 등 농산물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일반 물가가 오르는, 이른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 우크라이나, 중국, 캐나다 등 주요 농산물 생산국이 기상 이변으로 고통받으면서 밀, 옥수수, 설탕, 채소 등의 작황이 나날이 나빠지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가장 심각하게 가격 폭등세를 보이고 있는 상품은 밀이다. 지난 1일(현지시간)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Liffe)에서 11월 인도분 밀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8%나 급등한 톤당 211유로를 기록했다. 6월 말과 비교하면 상승률이 거의 50%에 달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는 9월만기 밀 가격이 한때 뷔셀당 7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영국 프리미어푸드의 게리 샤키 밀 조달 책임자는 "최근 밀 가격이 1972~1973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며 "식품 등 관련 제조업체들은 밀값이 50%나 상승한 상황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요 밀 생산국인 러시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의 경우 올해 생산량이 전년 대비 3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다른 주요 밀 생산국인 캐나다 역시 파종 기간에 겪었던 폭우로 인해 올해 생산량이 전년 대비 3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FT는 "농산물 작황 감소와 이에 따른 가격 상승세는 2007년과 2008년 글로벌 식품 파동을 상기시킨다"며 "당시 옥수수에서 쌀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농산물 가격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상승했고 아이티에서 방글라데쉬 등 여러 지역에서 식료품 폭동이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FT는 곡물 가격 상승으로 인해 빵, 과자, 사료, 주류 등 여러 제조 분야가 원가 상승 압박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봄 이후 폭우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도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인해 일반 물가가 오르는 '애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
신화통신, 경제참고보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무, 양파 등 주요 21가지 채소의 평균가격은 4주 연속 상승하며 한달새 11.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수 등으로 작황이 부진하고 제때 공급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돼지고기 가격도 남방 홍수 피해로 시장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지난 7월 25일부터 31일까지 일주일새 무려 16.7% 상승했다.
이에 앞서 2일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남부 재해에 이어 7월 하순부터 동북부 등 중국 전역으로 이상 기후가 확산되면서 주요 농산품 도매시장의 24가지 채소 평균가격(지난 7월 28일 기준)이 일주일 전보다 3.67%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무, 토마토, 피망, 양파의 평균 도매 가격은 ㎏당 각각 1.22위안, 1.74위안, 2.44위안, 1.58위안으로 상승률이 10% 이상에 달했다.
이같이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문가들은 7월 CPI가 정부 목표치인 3%를 웃도는 3.3~3.5%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싱예증권의 둥셴안 애널리스트는 "홍수 등 재해에 따라 채소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하고 있다"며 "7월 CPI 상승률이 3.5%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6월의 인플레이션은 2.9% 상승한 바 있다.
애그플레이션(agflation) : 농업을 뜻하는 영어 '애그리컬처(agriculture)'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경제용어로,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인해 일반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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