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는 조선왕조의 궁궐과 주요 시설이 남아 있는 곳으로 600년간 우리나라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왔다. 하지만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종로구의 모습은 옛날의 영화를 그대로 간직하지 못하고 적지않게 훼손됐다. 특히 경복궁을 중심으로 창덕궁~종묘~인사동쪽은 지금도 하나의 문화고리를 이루고 있으나 덕수궁~경희궁~사직단쪽은 하나의 문화고리로 간주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단절됐다. 찬란했던 경희궁은 사라지고 주상복합아파트 등만 잔뜩 들어섰기 때문이다. 물론 청계천복원사업에 이어 서울 성곽복원사업과 사직단 보호운동 등 옛 역사의 흐름을 되찾고자 하는 노력이 펼쳐지고 있는 점은 다행이지만 아직은 미흡한 수준이다. 경복궁쪽에서 사직터널로 진입하기 전 오른쪽 도서관1길 15번지에 위치한 종로문화체육센터(사직동)의 디자인은 바로 이런 종로의 옛 영화를 현대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뜻이 담겨 있다. 특히 경복궁 근처와 인사동ㆍ종로에 집중돼 있는 예술적 공간을 좀더 확산시켜 종로의 균형발전을 꾀하자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또한 보신각종에서 모티브를 얻어 은은한 종소리가 퍼져나가듯이 여기저기 흩어진 옛 문화의 연결고리가 한데 얽혀 주변으로 또 다른 문화적 코드가 생겨나기를 바라는 뜻을 담았다. 종로문화체육센터를 설계한 희림종합건축사무소는 우선 지역주민의 정신적ㆍ육체적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목적에 맞춰 문화시설과 체육시설의 기능을 충분히 갖추면서 종로의 현대적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규모도 지상3층ㆍ지하2층, 연면적 6,756㎡ 규모로 결코 작지 않고 수영장ㆍ체력단련장ㆍ체육관뿐만 아니라 다목적강의실ㆍ공연장ㆍ전시실 등을 고루 갖췄다. 그 결과 올봄에 개관한 종로문화체육센터는 그동안 생활체육시설과 여가ㆍ문화시설이 부족해 애로를 호소했던 사직동ㆍ혜화동ㆍ창신동 등 종로구민의 삶을 한 차원 끌어올릴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종로문화체육센터는 인왕산과의 연결을 시도하면서 경사에 어울리는 친환경적인 설계가 적용됐다. 도시와 자연환경을 연결하기 위해 데크와 브리지도 활용했다. 외부마감은 알루미늄 복합패널과 컬러 복층유리, 화강석 버너를 채택했다. 유리의 투명성 및 두 매스 사이에 만들어진 스크린으로 도시풍경과 인왕산이 비춰지도록 했다. 또 비상하는 지붕 디자인은 체육시설의 역동성을 나타내도록 설계했다. 정영균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종로구의 상징인 보신각종과 함께 종로문화체육센터는 종로의 서쪽에서 ‘미래를 울리는 종’으로서 또 하나의 랜드마크로 자리잡게 됐다”며 “미래세대의 문화적 바탕이 되는 의미를 담아 설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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