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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쇄신에 재 뿌리지 않으려면


"쇄신의 발걸음에 재를 뿌리는 일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결국 나섰다. 박 후보는 19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측근비리 근절 대책을 주문했다.

박 후보는 이날 '친박'송영선 전 의원의 금품 요구 비리 의혹이 터지자 태풍피해 현장 방문 시간도 뒤로 미루고 당초 참석이 예정돼 있지 않았던 회의에 참석했다. 박 후보가 측근비리를 경고하고 나서자 황우여 대표, 서병수 사무총장도 잇달아 의원총회에서 "언행에 무게를 둬야"한다며 집안 단속을 서둘렀다. 송 전 의원에 대해서는 곧바로 최고 징계인 제명이 윤리위원회에서 의결됐다.

의혹이 터지자마자 새누리당은 발 빠른 대처를 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찝찝함을 지울 수 없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비리 의혹이 생길 때마다 해당 인사를 탈당 혹은 제명시킨 후 비리를 근절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그 후에도 또 다른 비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이번에도 박 후보의 경선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홍사덕 전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불거진 지 불과 이틀 만에 송 전 의원의 금품 요구 의혹이 터졌다. 또 바로 하루 뒤에는 친박계 초선 이재영(경기 평택을)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금까지의 '꼬리 자르기'식의 대처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다.



박 후보 1인에게만 집중되는 수직적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박 후보가 대선 후보가 된 이상 당이 후보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은 맞다. 하지만 현재 새누리당 의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박 후보 입만 쳐다보고 있고 박 후보의 운명과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구조적인 문제가 생기고 있다. 각종 금품 의혹은 측근들의 '전리품 챙기기'의 일환으로 생기는 부작용이다. 아직도 당내에서는 "비리 의혹이 여기에서 끝날 것 같지 않다"며 괴이한 얘기가 이어지고 있다.

정옥임 정치쇄신특위 위원은 송 전 의원의 녹취는 인정했지만 그 내용에 대해서는 "근거가 없는 허위사실"이라고 선을 그었다. 송 전 의원이 4ㆍ11 공천 당시 특정 의원에게 돈을 줬다면 대구에서 공천을 받았을 거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근본적, 구조적 처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실 여부와 관계 없이 '박근혜'를 앞세운 측근 비리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쇄신의 발걸음에 재를 뿌리는 것은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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