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스는 16번홀(파4)에서 10m가 넘는 거리의 버디 퍼트를 홀에 떨궈 공동 선두에 오르며 포효했다. 역사적인 드라마를 연출하는 듯했으나 지구상에서 가장 어려운 파4홀 중 하나라는 17번홀에서 보기를 하는 바람에 1타 차로 뒤졌고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파에 그치면서 연장전에 합류하지 못했다.
21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의 세인트앤드루스 골프장 올드코스(파72·7,297야드)에서 끝난 제144회 브리티시 오픈(이하 디 오픈).
올해 마스터스와 US 오픈을 잇달아 제패한 스피스는 1953년 벤 호건 이후 시즌 첫 3개 메이저 연속 우승에 대한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좌절됐다. 4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를 친 스피스는 3명의 공동 선두에 단 1타가 모자라 제이슨 데이(호주)와 함께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쳤다. 그는 경기 후 "17번홀에서 퍼트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18번홀 두 번째 샷에서는 클럽(웨지)을 잘못 선택해 짧았다"며 아쉬워하면서도 "메이저 3연승 실패가 큰 상처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 나이의 스피스는 언제든 메이저 우승에 도전할 경기력을 과시해 메이저 3연승은 물론 한 해 4대 메이저를 모두 석권하는 그랜드슬램 가능성을 남겨뒀다. 세계랭킹 2위를 유지한 그는 "시간이 흐르는 한 메이저 3연승이 다음 목표가 될 것이고 (다음 달 열리는 올해 미국프로골프 투어 마지막 메이저인) PGA 챔피언십에 목표를 맞출 것"이라고 다짐했다.
디 오픈의 우승컵인 은주전자(클라레 저그)는 잭 존슨(39·미국)이 차지했다. 존슨은 마지막 날 버디 8개와 보기 2개로 6타를 줄여 3라운드 3타 차 공동 6위에서 공동 선두(15언더파)로 뛰어올랐다.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 마크 레시먼(호주)과 함께 연장전에 들어간 존슨은 1번·2번·17번·18번홀(이상 파4)에서 열린 4개 홀 연장전에서 버디 2개와 보기 1개로 1언더파를 기록해 우승상금 115만파운드(약 20억6,000만원)를 손에 넣었다. 5년 전 올드코스에서 디 오픈 우승을 차지한 우스트히즌은 이븐파, 레시먼은 2오버파에 그쳤다. 2007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존슨은 개인 통산 메이저 2승(PGA 투어 통산 12승)을 거두며 25위였던 세계랭킹을 12위로 끌어올렸다.
존슨은 연장 첫 홀에서 우스트히즌과 나란히 버디를 잡아 보기를 적어낸 레시먼에 앞서 나갔다. 두 번째 홀에서도 4m가량의 버디 퍼트를 집어넣은 존슨은 연장 세 번째인 17번홀에서 4타 만에 그린을 밟아 위기를 맞았으나 우스트히즌도 보기를 해 1타 차 리드를 유지했다. 마지막 18번홀에서 우스트히즌과 나란히 파를 기록하면서 존슨의 우승이 결정됐다. 선행에 앞장서는 모범 가장으로 알려진 존슨은 "최종일 우승경쟁을 펼친 (2명의 공동 4위까지) 5명 모두 챔피언이다. 이번 우승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 한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재미교포 케빈 나(32)는 공동 58위(3언더파)에 자리했고 조던 니브루게(미국)가 공동 6위(11언더파)로 베스트 아마추어의 영예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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