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은 무겁고 따분하다는 편견이 있다면 이제는 다시 생각해야 할 듯 싶다. 텔레비전 쇼 프로그램보다 더 재미있고 유쾌하며 재기 발랄한 신개념 클래식 쇼가 국내 무대에 소개되기 때문이다. 유머와 위트 감동을 한꺼번에 버무려 신선한 바람을 몰고 있는 기돈 크레머와 그가 이끄는 앙상블이 내한 공연을 갖는다. 공연의 제목부터 여느 클래식 공연과는 다르다. '기돈 크레머 되기(Being Gidon Kremer)'라는 타이틀로 1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개최되는 이번 공연은 벌써부터 클래식 애호가들 사이에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연주자들이 무대 위에서 발을 통통 구르며 춤을 추는가 하면 낄낄거리며 서로의 음악을 조롱하기도 한다. 이 시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꼽히는 기돈 크레머는 전통적인 클래식 공연의 관습을 과감하게 벗어 던진다. 음악과 코미디를 결합해 마치 한편의 디너 쇼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작품은 크레머가 요즘 한창 몸값을 높이고 있는 '클래식 코미디 듀오'인 리처드 형기 주(한국명 주형기), 알렉세이 이구데스만과 의기투합해 지난해 첫 선을 보인 작품이다. 무대가 밝아지면 모차르트, 바흐, 쇼스타코비치 등 정통 클래식에서 엔니오 모리코네, 존 윌리엄스 등 영화음악들까지 익숙한 곡들이 연주된다. 이에 맞춰 이구데스만과 리처드 형기 주가 재치 있는 상황극으로 기돈 크레머의 인생 여정을 관객들에게 코믹하게 때론 감동적으로 풀어낸다. 근엄하기만 했던 클래식 공연장에 웃음과 발수 갈채가 터져 나오는 건 당연한 일. 크레머는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파기니니 콩쿠르,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등을 연달아 석권하며 거장의 반열에 오른 클래식 연주자이지만 정통의 틀에 갇히지 않고 현대음악ㆍ영화음악ㆍ탱고 등 다양한 장르에까지 진출, 클래식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02)318-4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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